영향력 커질수록 건축물 검증 수반돼야
다락·선룸 등 불법 요소 지적 잇따라…
"제작진·행정부 책임 느껴야"

일요일 오후 시간대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MBC 예능프로그램 <구해줘! 홈즈>가 ‘부실 검증’ 논란에 휩싸였다. 집 소개를 콘셉트로 하면서 불법으로 의심되는 건축물을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낸 탓이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쁜 현대인들의 집 찾기’를 연예인들이 대행해주는 콘셉트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의뢰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집을 찾아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3월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뒤 시청률은 최고 6.5%를 기록하기도 했다. 광고주들이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2049 시청률(20~49세)’에서는 7주 연속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철저한 내용 검증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어긋나는 건축물이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탓이다. 건축물을 불법으로 개조한 흔적이 발견되면 적발 즉시 원상복구 해야 하는 현행법상 그 피해를 세입자가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혼란을 줄 수 있는 장면의 노출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4월 28일 방영분에는 법규를 벗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건축물이 버젓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는 모델 송경아의 키를 이용해 다락의 높은 층고를 소개하는 장면이 노출됐는데 송 씨의 신장보다 한참 높은 층고가 문제로 불거졌다. 180cm로 알려진 송 씨의 키를 고려할 때 층고는 가중평균으로 1.8미터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는 바 누가보더라도 불법처럼 보인다. 다락방에 대한 건축 기준을 규정한 건축법 시행령 제119조 제1항 제3호 ‘라’에 따르면 ‘다락(방)’의 층고는 가중평균 최대 1.8m를 넘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소개된 매물에서는 불법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매력 포인트’로 내세워 심각함을 더했다. 이곳에서는 사방이 통유리로 이뤄진 ‘선룸’을 장점으로 소개했는데, 방송된 화면처럼 테라스에 폴딩도어를 설치해 선룸으로 구조를 변경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에 따라 위반건축물로 적발되면 원상복구이행장이 발급되며 차후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사실은 업계 관계자가 아닌 이상 알기 어려울뿐더러 적발되기 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여 방송 여부를 결정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부 시청자들도 방송 직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구해줘! 홈즈> 홈페이지 게시판을 보면 불법 건축물을 우려하는 글이 보인다. 특히 1화가 방영된 다음날 게시판에 곧바로 “00원룸 보일러실 덮게 아크릴은 불법증축 아닌가요?”(김**씨)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시청자는 2화가 방영된 다음날 게시판에 “프로그램에 불법상의 집들이 그대로 나오는 경우”(조**씨)라는 게시글을 올려 비슷한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앞서 시험방송(파일럿 프로그램) 단계부터 문제를 보도했다. 인터넷 매체 N사는 “다락방에 세입자를 구하고, 월세 거래를 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점을 제작진이 간과한 것이 문제였다”고 기사에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실세입자가 반드시 알아보고 피해야 할 주택거래 정보를 정확히 제공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서술했다.
서울 소재 건축사사무소에서 다년간 대표 건축사로 활동해온 한 건축사는 “소개되는 매물마다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다락(방)이나 테라스 시공 같은 분야는 일상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는지 더욱 꼼꼼히 살펴야 한다”면서도 “방송을 통해 불법 건축물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제작진은 물론 단속과 관리 권한을 가진 행정부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해 위반건축물 이행강제금 부과건수는 서울시에서만 6만5천여 건이 넘는다. 실생활에서는 이보다 빈번하게 불법 증·개축이 이뤄질 것으로 짐작되며, 방송에 적합한 건축물을 선정하는데 갈수록 어려움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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