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으로 흡수 고민하고, 건축설계·감리업무 수임 때 건축사 자격소지 ‘고지 의무’ 강화해야

불법 자격대여자 강력한 처벌 및
피해보상제도 마련 필요

“건축사 자격소지 여부에 대해 일말의 언급도 하지 않고 사후 문제가 생기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낮은 윤리적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윤리강화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불법 자격대여와 관련해 재판을 진행 중인 A건축주는 최근 B씨의 SNS에서 그의 작품이 국가 프로젝트에 당선돼 진행 중인 것을 알고 아연실색했다.
왜냐하면 B씨는 불과 얼마 전 불법 자격대여 관련한 재판 1심에서 건축사 자격대여를 했다고 유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큰 죄책감 없이 행동하는 뻔뻔함과 무책임에 기가 찼다.
A건축주는 현재 2심 재판 중이라 목소리를 내는 게 부담스럽다며 익명을 전제로 지난 4월 15일 본지와 인터뷰했다.
 

“재판과정에서 건축사 자격 없음 알게 돼”

Q 대한건축사협회에 건축사자격대여 관련해 연락을 주셨는데, 어떤 사유가 있으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몇 년 전, 지방에 소규모주택을 짓기 위해 평소 교류가 있었던 스스로 건축가라 칭하는 분에게 설계를 의뢰했었는데 공사 도중, 현장에 많은 문제를 발견하게 되어 진행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행정 및 관련 사태를 직접 파악하게 되면서 이 건축가가 사실 건축사 자격을 소지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됐고,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건축사 자격 관련 담당자로부터 대한건축사협회에 진정서 제출과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를 권유 받아 대한건축사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습니다.

Q 입은 피해는 어느 정도이신가요?
무엇보다도 설계상의 하자로 인한 경제적, 그리고 정신적 피해가 가장 큽니다. 설계를 진행했던 지역은 혹한이 유난히 길기 때문에 건물에 특수 기능을 당부 드렸습니다. 이 두 가지 사안이 아주 중요한 안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사가 70% 진행되던 상황에서 이 사안들을 포함한 다소 심각한 하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공사 중단 후 건축 설계 및 시공 전문가들에게 현장 진단을 다양하게 받아보면서 현장 문제들의 원인 중 근본적으로 설계상 하자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공사 중이었던 건물의 하자들은 보수를 해 마무리를 하기 보다는 아예 철거를 하고 설계 도면을 재정비해서 새로 짓는 것이 현실적으로 낫다는 의견으로 모아지게 됐습니다.
 
Q 사실 다른 전문자격사제도에 비해 건축사의 경우 불법 자격(면허)대여를 막기 위한 제재나 제도가 미약한 실정입니다. 또 법적 제도권 명칭인 ‘건축사(建築士)’와 비 제도권 명칭인 ‘건축가(建築家)’의 명칭 혼용도 일반인에게는 혼란을 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로서 어떤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첫째, 건축사 자격 비소지자가 설계나 감리업무를 의뢰 받을 경우 건축주에게 건축사 자격 소지 여부와 관련하여 ‘고지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저희 현장에서 발생했던 설계상의 하자까지 연계될 경우 구체적이고 강력한 처벌 및 피해보상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셋째, 이번 형사 재판의 1심에서 이미 이 건축가는 범죄사실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가 프로젝트에 당선되어 업무 수행 중임을 본인 SNS에 버젓이 올리곤 합니다.
저희 사건과 같이 건축전문가로서의 전문적 기본 자질의 결여는 물론 건축주에게 건축사 자격 소지 여부에 대해 일말의 언급을 하지 않고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낮은 윤리적 의식을 가진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국가 프로젝트들의 심사에서 보다 엄격한 제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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