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축’은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는데서 시작된다. 이 인연이 훗날 좋은 인연으로 남는다면 사회학적 관점에서도 바람직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 대형건축사사무소를 다닐 때는 조직 단위로 대형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독립 후 동네에서 작은 사무소를 운영하다보니 여러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된다.
최근에는 ‘아무개 씨의 소개로 연락드린다’며 연락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다. 그중에서도 ‘신혼부부’ 클라이언트를 통해 연락을 주는 분들이 유난히 많았다. 그들을 만난 건 3년 전이다. 당시 신혼부부는 주택 리모델링 공사건을 의뢰했었는데 얘기를 나누어보니 마음씨가 착하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성품이 좋았다.
일례로 무더운 여름날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작업자들이 땀을 엄청 흘리며 힘겹게 일했는데, 그런 부분이 걱정됐는지 아침마다 시원한 음료를 준비해줬다. 바쁜 출근길에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다. 너무 무리한 일정으로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오히려 현장을 걱정해주던 모습도 기억난다. 이런 배려가 지켜보던 우리를 감동시켰다. 그러다보니 다른 프로젝트보다 무엇이든 하나 더 챙겨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현장이 마무리될 때까지 더 많은 것을 해드렸던 것 같다.
서로간의 돈독한 신뢰감이 주는 영향인 것 같다. 완성된 집을 보고 정말 고맙다고 몇 번씩이나 얘기하던 모습 또한 감사한 마음을 배가시켰다. 그 후 그분들과 나는 가끔 안부 인사를 나눠왔는데, 우리 모르게 주변 지인들에게 좋은 얘기를 해줘서 새로운 클라이언트의 연락이 닿는 것 같다.
최근 건축계에서 많은 일들이 생겼다. 특히 국민들의 안전과 관련된 사건들로 건축에 대한 신뢰감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각종 제도들이 생기거나 강화되면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정작 건축물 안에서 거주하며 제도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아직도 걱정이 많다.
결국 어떤 건축이든 이용자의 불편함을 없애주는 게 건축하는 사람의 역할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 냄새나는 건축사가 되어 믿음을 줘야 한다. 한번 만나고 헤어질 인연이 아니라, 싹트는 신뢰 속에서 또 한 번 만날 수 있는 인연을 만드는 게 우리에게는 또 다른 건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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