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단위계획으로 세부 지침이 만들어지고, 각종 도시 계획 관련 공고나 규정들이 지자체마다 다양해지고 있다. 각종 심의는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고, 설비나 구조 등이 끊임없이 새로 생기고 있다. 이유는 모르지 않는다. 철거 중 사고가 난다고 하여 철거 감리가 생기고, 지하구조물이 무너졌다고 해서 지하구조물 심의가 만들어졌다. 멀쩡한 캔틸레버 구조가 위험하다고, 3미터 넘는 것은 심의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지하구조물 심의 등의 규정들이 이중 삼중으로 생기고 있다. 조경의 경우도 최소 대지 규정을 적용해서 일정 면적 이하는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지반 등의 규정으로 최소대지에도 조경운운하면서 심의요구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각종 규정과 심의들이 건축법과 충돌하는 부분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건축 관련 업무는 건축사 주도하에서 구조기술사, 설비기술사, 토목기술사 등과 함께 한다. 이들 또한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자이며, 이들 자격자의 시험 중 일부과정은 면접을 통해서 경험을 묻기도 한다. 이는 정부가 아무에게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기술사가 계산한 구조를 심의를 받아 재 설계하는 경우도 있다. 설비기술사들도 마찬가지다. 건축은 하나의 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접근방법과 해석이 있고, 이런 과정은 전세계가 같다.
각종 사건 사고는 별개의 문제다. 공사 중 붕괴 사고는 건설 현장 관리의 부실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고,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현상들에 대한 주의 부족이 대부분 원인이다. 준공 후 불법 건축은 어떠한가? 준공 후 불법 증축이나 불법현상은 관리 부실에 따른 것이고, 이는 현장을 단속해야할 공권력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지자처럼 모든 건축 관련자들을 범법예상자로 보고 관리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심의는 어떠한가? 심의끼리 서로 다른 의결을 하고,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 심지어는 조경 기술사 또는 조경 교수가 건축을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옥상옥과 난맥의 집결판으로 건축 행정 과정이 가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건축사들이 가장 앞에 서서 온몸으로 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관계자들은 어떨까? 법집행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괴롭기는 매일반이다. 충분히 이해하고 본인들의 전문적 경험으로 인정하려 해도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은 이중 삼중의 상호 감시 개념으로 판단을 보류한다. 심지어는 국토부나 서울시 같은 지자체들도 판단을 유보하고 해당 지자체와 협의하라는 황당한 공문을 보낸다. 당장 국토부 홈페이지의 민원 코너를 가보면 이런 회신을 받아본 건축사나 민원인이 부지기수다.
규제를 위한 규제가 횡행하고, 옥상옥의 각종 규제들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년도 훨씬 전인 김영삼 정부시절 각종 규제 철폐 위원회와 활동이 활발하면서 규제들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규제들이 다시 온갖 이유로 늘어나고 있다. 규제가 늘어난다고 문제가 안 생길까? 그렇지 않다. 전문가를 믿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무엇보다 사후관리 감독 기능이 강화되면 오히려 효과적이다. 이제 건축사들뿐만 아니라 행정부나 국회, 학회 등 건축계 전체의 각종 법적 행위와 절차의 간소화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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