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서 말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었다. 영업을 한다던가 아니면 설계한 건물에 대한 자신의 의도라든가 지향성을 설명하고자 할 때.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말이라는 무기를 잘 활용할 줄 모른다. 이에 다독(多讀)을 하여 말하는 방법이라든가 사람대하는 방법을 나름 공부하지만 그것이 쉬운 것은 아닌듯하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서 김윤나 작가의 ‘말그릇’이라는 책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이 책은 상대방에게 말을 하는 법이라든가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주로 다루고 있다.
작은 잔과 큰 잔에 동시에 물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작은 잔은 물이 금방 넘칠 것이고 그보다 큰 잔은 그보다 후에 물이 넘칠 것이다. 작가는 이것을 말그릇이라 하고 있다. 물이 넘치는 것은 상대방 얘기를 들어주기보다는 내 얘기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남의 말 듣는 것을 물이 넘친다고 표현하고 있고, 큰 잔은 작은 잔보다 남의 얘기를 많이 들어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나는 살아오면서 말그릇이 작은 사람이었을까 큰 사람이었을까
일을 하다 보면 나의 의도를 건축주에게 알려야 할 때가 있다. 건축주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은 가장 필요한 것이며, 도면을 볼 줄 모르는 건축주를 만난다면 난감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내가 의도하고자 하는 부분을 건축주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포커스가 맞춰지다보면 건축주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건축주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물이 나와 변경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일일이 노트필기를 하며 건축주의 얘기를 반영했지만 왜 그리도 놓쳤던 부분들이 많았는지.
말은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참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일을 할 때는 두 번 말할 것도 없고, 오래된 친구를 만난다든가 처음 사람을 만나게 될 때 등등. 그것은 관계의 시작을 알리며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도 그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고 싶다. 근래에 아는 사람과 좀 문제가 있어 다투고 있는데 이 싸움 역시 말로써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지하기 힘든 관계, 서로에게 불만이 있더라도 풀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는데도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을 함으로써 믿음같은 것이 깨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언변술에 약하다는 생각은 그닥 많이 하지 않았지만 재작년부턴가 그것이 부족했던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고 있지만, 역시나 노력하면 할수록 또 조심하게 되는 것이 말인 것 같다. 옛말에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라는 말에서 입조심·말조심을 강조한 것처럼 말이라는 것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중요한 것임을 항상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