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모개, 조선공사삼일 같은 말은 계획 변경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처음부터 신중하게 계획을 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계획을 자주 바꾸는 건 무능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 언론에서도 정부 정책이 바뀌면 ‘오락가락’ 등의 용어를 써가며 강하게 비판한다.
그렇다면 경영에서는 어떨까. 신중하고 치밀하게 고민해서 완벽한 계획을 짜는 사람들이 더 높은 성과를 낼까?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오히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결단을 내렸다가, 나중에 과감하게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거나 수정하는 사람들이 더 높은 성과를 낸다. 오히려 최고의 의사결정을 위해 신중하게 자료를 모으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경영자들은 조직원들을 답답하게 하고 시장 진출 기회를 아예 놓쳐버리곤 한다.
최근 경영계에서는 체계적인 실패를 장려하는 방법론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디자인 씽킹, 린 스타트업, 애자일 전략 등은 모두 핵심 컨셉을 담은 시제품을 신속하게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봐가며 과감하게 수정하거나 번복해야 오히려 성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업 모델을 바꾸는 피봇(Pivot)은 스타트업 성공의 필수 요소로 여겨진다.
실제 과감한 계획 변경 덕분에 성공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예를 들어 협업 툴로 각광받고 있는 슬랙을 만든 회사는 원래 게임 개발업체였다. 열심히 게임을 개발했는데 시장에서 참담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게임 개발 과정에서 유용하게 활용했던 협업 툴을 시장에 내놓아 크게 성공했다.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튜브도 원래 데이팅 사이트로 출발했지만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자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모델을 바꿔 대박을 쳤다.
그렇다고 적당히 계속 실패하자는 것은 아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고민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뒷받침해줄 완벽한 정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방향에 맞고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한 결단과 빠른 실행으로 시장의 반응을 확인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일단 시도해보면 정답을 가늠할 수 있고, 수정이나 보완 등을 통해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설령 완벽하게 실패했더라도 적어도 학습이란 큰 자산은 얻을 수 있다. 과감한 번복은 고성과 경영의 필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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