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영화 ‘업up’을 보면, 집에 대한 여러 가지 추억과 애정이 있는 노인이 지역 개발을 추진하는 개발 사업가와 갈등을 일으킨다. 또 다른 미국 영화 ‘투 윅스 노티스’는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려는 시민과 개발 사업가의 갈등을 다룬다. 이런 도시 재개발의 이면을 다룬 배역으로 전개되는 영화들은 무수히 많다.
이런 영화들을 주목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를 인정하는 미국의 풍토다. 우리는 개발자의 입장에서 ‘알박기’라는 용어로 죄악시 해버렸다. 과연 그럴까? 모든 상품과 가격은 철저한 시장원리를 따른다. 시장원리의 기본 원리는 수요와 공급의 관계다. 이 기본 원리는 모든 가치에도 영향을 준다. 이익기대의 수요는 부족한 공급 상품의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게 과해지면 버블이고, 투기가 된다.
이에 주목하는 것은 부동산 상품으로 시장에서 이익 실현 가치를 입증 받아 위세를 떨치는 단지형 고밀도 주거 건축시장 때문이다. 아파트는 단순한 건축으로 주택이 아니라 하나의 유가 증권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됐다. 유사시에 현금화 할 수 있는 매력적인 환금성을 가지고, 물가 상승분 이상의 이익을 발생시키는 무형의 투자 상품이 됐다. 이런 특징은 건축 시장을 심하게 왜곡 시키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주도해야 할 정부 및 정책 입안 관계자들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점이다. 건축적 시각으로 주택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경제 논리로 주택 건축을 해석하고 바라본다는 점이다. 건축의 가치는 단순한 형태와 물리적인 것에 머물지 않고, 감성적이고 정서적 바탕이 된다. 이런 이유로 건축은 인문학적 유형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주택 건축 정책은 오로지 생산성과 효율성에만 집중됐다. 단일한 평면, 지하층을 만들지 않은 이유, 비판 받던 성냥갑의 획일적 배치 역시 반복 재생산을 통한 제조단가를 낮추려는 제조업과 마찬가지 논리다. 한때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슬라브에 바로 도배를 해서 공정을 단순화 하기도 했다. 5층으로 한 70년대 저밀도 주거는 엘리베이터를 안만들어 건설비를 낮추려는 전략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 모든 출발점은 원가 절감이라는 제조업 시각이었지, 건축적 해석이나 환경적 요인은 거의 없었다. 시대가 바뀌어서 국가 주도의 택지 개발 사업에서 점차 단독주택 필지가 사라지고 아파트 시행사들에게 매각할 부지들로 구성된 것 역시 수익성을 추구한 결과다. 그리고서 미안했던지 동탄이나 세종시는 용적률과 최고 높이를 올려주는 서비스를 진행했다. 물론 멀쩡하게 농사짓던 택지를 강제로 수용하려니 지불해야 할 보상비가 커졌고, 보상비가 많이 나가니 택지 분양가는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건축적 고민이나 도시적 고민은 항상 2순위나 3순위로 밀려나갔다. 문제는 이런 수익 중심의 사고와 정책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하다는 점이다.
단지형 아파트는 언제든 투기 상품화 할 수 있는 구조다. 단지가 커질수록, 주상복합보다 아파트가 가격 변동이 심한 이유를 보면 단지형 아파트가 얼마나 투기상품으로 변질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알면서도 단지형 아파트를 여전히 선호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택지 개발은 여전하다. 2019년 부동산 폭등으로 새로운 신도시가 준비 중이다. 그런데 비관적이다. 그냥 비싼 투기상품 집합체를 또 하나 만든다. 이 과정에서 생활 건축 시장은 더욱 축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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