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 건축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건축사들은 종래의 건축설계 방식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 김우종 논설위원(한국교통대학교 건축학부 조교수, 영국건축사, 영국친환경건축기술사)

최근 건축과 부동산 시장에서 디지털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혁신의 바람이 거세다. 디지털 생태계(Digital Ecosystem)란 정보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와 이를 유통하는 사업자, 그리고 소비자가 함께 번영하고 공존하는 상생의 질서를 일컫는데, 이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주창된 용어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로봇테크놀로지, 사물인터넷, 무인운송기, 3D 프린팅, 나노기술과 같은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건축과 부동산 분야 또한 이러한 기술의 혁신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근 건축과 부동산 분야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가상현실(AR) 등을 활용한 프롭테크(PropTech)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모바일 앱을 이용해 부동산의 가격 동향과 정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직방, 다방, 호갱노노 등은 투명한 부동산 가격 형성과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건축사들이 주축으로 설립된 토지개발 솔루션 업체 '스페이스워크', 상업용 부동산 임대 및 투자 분야의 '와이티파트너스', 공간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워크' 등이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은 빠른 시간에 건축기획단계(Feasibility Study)에 해당하는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토지를 둘러싼 상권과 분양 가능성을 분석하고 용적률, 건폐율 등 기본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건물의 개략적인 형태와 높이 등을 빠르고 간편하게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가상현실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기술과 접목한 건축분야의 개척은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도입해 각종 정책과 다양한 세제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영국은 건축 및 디자인을 크리에이티브 브리튼(Creative Britain Strategy)과 디지털 영국(Digital Britain)등의 육성 정책을 통해 영국 경제의 중심 산업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영국기술전략위원회(Innovate UK)는 4년간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인 디지털 경제 전략을 발표하고 디지털 혁신가들의 아이디어 개발 및 사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또한 런던의 디지털 카타펄트 센터(Digital Catapult Centre), 오픈 데이타 인스티튜트(Open Data Institute), 런던 테크 시티(Tech City London) 등 핵심적인 사업에 매년 1500만 파운드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영국의 대형 건축사사무소인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와 에이럽(Arup)은 스마트 도시 솔루션 제공과 관련한 표준지침을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영국 전역에 걸쳐 저탄소 에너지 서비스 및 열 관리 매니지먼트를 용이하게 하는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Smart Energy System)을 개발해 상업적 도입을 검토 중이다.
따라서 혁신적인 디지털 생태계 속에서 건축사들은 이제 종래의 건축설계 방식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으며, 보다 양질의 디자인과 법적 검토에 대한 부담감을 안게 되었다. 수 많은 정보의 연결을 통한 수준 높은 클라이언트들의 사전 지식은 건축사로 하여금 더욱 정확하고 섬세한 건축설계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건축 및 부동산 모바일앱을 통해 소비자들은 특정 필지를 개발할 때 필요한 유사 필지 비교, 예상 건축 비용과 수익을 산정해주는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건물 개발에 필요한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산정하고 이러한 개발을 통한 목표 수익금 통계 자료를 얻는 등 종래에 건축사와 감정평가사를 통해 제공 받을 수 있었던 전문적인 서비스를 모두 무료로 누리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생태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미래 건축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도태될 것인지, 아니면 시대를 앞서 나가는 혁신가가 될 것인지애 대한 자세를 분명히 해야만 한다. 스마트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세대가 건축사로 성장하고, 또 클라이언트가 되고 있다. 어떠한 방향을 선택하더라도 건축사가 견지해야 할 기본적인 자세는 비슷할테지만 IC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축사의 시대가 된 것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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