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자문보다 준공까지 의무화 필요…실무경력 중심 선발되고, 적정한 보상돼야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총괄건축가, 공공건축가 제도’ 전국 확산 추진

▲ 총괄건축가의 기획과 자문을 통한 도시재생 사례_서울역7017프로젝트 사람 중심의 보행공간 조성 ‘서울역7017프로젝트’_파편화된 공간을 잇고 서울을 횡단하는 네트워크를 연결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작년 10월초 공공건축 혁신을 위한 ‘9대 핵심과제’를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크게는 ▲ 건축의 공공성 증진 ▲ 설계방식 개선 ▲ 설계관리시스템 구축 3가지로 구분되며, 이를 토대로 9개 세부 핵심과제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이중에서 첫 세부 핵심과제는 서울시와 경북 영주시, 부산광역시 등이 운영중인 ‘공공건축가와 총괄건축가 제도’의 전국 확산이 꼽힌다.

◆ 현재 경북 영주시, 서울시, 부산시,
   전북 전주시 ‘공공건축가 제도’ 운영

공공건축가는 민간건축과 도시디자인 전문가를 공공건축 또는 도시계획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참여시켜 도시경관과 공적공간의 공공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덜란드의 ‘국가건축가제도’, 미국 뉴욕시의 ‘민간전문가 임용제도’ 등 서구에서는 보편화돼 있다. 공공건축가 선임은 건축기본법 제23조(민간전문가의 참여)에 법근거를 두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한 곳은 경상북도 영주시다. 2009년 제도를 도입해 2010년 ‘디자인관리단’을 운영하면서 도심재생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공공건축·공공디자인 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곳은 서울시다. 2011년 10월 공공건축가 77명을 선정해 차츰 인원을 확대해 현재는 170여 명에 이른다. ▲ 공공발주 건축물의 기획·설계업무 ▲ 소규모 공공건축물 설계 ▲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정비계획 가이드를 제시하는 자문 역할을 맡는다. 서울시 공공건축 및 도시계획 등 서울시 건축전반에 대한 자문과 디자인기획·조정 역할을 하며 ▶ 중소규모 건축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 개선 및 수월한 업무진행 ▶ 자문을 통한 객관적인 내용 및 품질 향상 ▶ 대외적 참여활동을 통한 대민관계 및 이해도 증진 등을 수행하며 시장반응도 괜찮다.
서울총괄건축가제도는 2014년 도입됐다. 초대 서울총괄건축가로는 지금의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승효상 건축사다. 서울시의 건축과 도시정책이 부서별로 산재해 있었고, 서로 협조가 안 돼 일관된 정책이 나오지 않자 이를 일사불란하게 한 사람이 총괄하게 함으로써 도시공간사업의 체계적인 운영을 꾀한다는 취지였다. 이때 서울시 도시계획의 중대한 변화가 있게 된다. 기존 도시계획 방식이 ‘랜드마크’를 짓고 거대한 도시시설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 ‘재생과 연대’에 중점에 둬 기존 시설의 재생과 상호간 연대에 방점을 두게 된다. 서울역 고가의 공원화 사업, 세운상가 정비, 서울 성곽 복권 등이 이러한 재생과 연대의 관점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공공건축가 제도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경북 영주시, 서울특별시와 더불어 2015년 대열에 합류한 부산광역시를 포함해 작년 새롭게 제도를 도입한 전북 전주시를 포함해 4곳이다. 이외에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공공건축가제도’를 운영중이며, 내년부터는 경상남도 진주시와 경기도 용인시가 민간전문가를 공공건축가로 위촉해 제도를 운영한다. 광주광역시도 작년 11월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의 장’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제도도입에 대한 여론 및 공감대를 환기시켰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 공공건축가 ▶ 총괄건축가에 더해 마을단위의 공간정책을 지원하는 민간전문가 참여제도로서 ‘마을건축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건축가와 함께 마을단위 건축·공간환경 관련 주요 현안 사항 자문 등을 하며 공간기획을 총괄한다.

하지만 제도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개선점도 많다. 대표적인 게 공공건축가 선발에 대한 객관성 문제, 설계·시공과정상 지위·권한에 관한 애로사항, 업무대가에 비해 요구하는 성과물이 너무 많다는 점 등이다. 연령으로 제한되는 신진건축사 선발부터 사업기간 연장에 따른 설계비 변경 불가 등도 일선 공공건축가들이 꼽는 개선과제로 꼽힌다. 중진과 신진을 혼합하는 인원 구성도 과제로 지목된다. 신진의 경우 제도이해나 경험부족으로 업무진행상 지자체와 마찰을 빚기도 하는데, 발주사업의 성격에 따라 일부 사업의 경우 중진(45세 이상)으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프로젝트 진행은 별도 계약사항인데, 서울시의 경우는 주로 신진건축사들에게 주어지는 용역업무 대가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 학교에서 고정급 받는 교수의 경우
   봉사개념 가능하지만,
   전업건축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설계·시공과정에서
   권한·책임에 대한 가이드라인 필요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는 A건축사는 “공공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제도취지는 이해하지만, 학교에서 고정급을 받는 교수라면 봉사차원에서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재정이 취약한 신진은 그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공건축의 지향점에 맞춰 역할을 하도록 적정한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며 “권한과 책임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며, 선발기준은 실무경력 중심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단순자문은 성과물 연동이 안 되서 구체적이고 집행력 있는 강제력이 필요하고, ▲ 파트너 공무원과 공공건축가의 상호평가 제도 도입 ▲ 발주처 자체에 실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실무적 공조직도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덧붙여 “총괄건축가, 공공건축가 제도의 성공을 위해선 밀약 또는 끼리끼리하는 경우를 막을 방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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