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역설, 건설업자 시공범위 확대로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 판쳐…대책은?

도시경관 종합적 시각과 미래유산 건축엔 건축사가 제격
공사 위탁관리 등 다양한 방안 고려할 필요 있어

“종합건설면허 대여중이며 사업진행하시면서 면허가 필요하실 땐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종합건설면허대행 하는 회사입니다. 착공에서 준공인증까지 확실히 책임져 드립니다.” / “(면대)전문 회사입니다. 바뀌어가는 법 개정에 따라 면대의 필요성이 더욱 시급해 보입니다. 착공시작부터 준공까지 말끔히 처리해 드립니다.”

요즘 건축사들은 종합건설업면허를 대여해주겠다는 핸드폰문자, 팩스, 우편물, 이메일을 심심찮게 받는다. 올 6월 27일부터 시행된 개정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에 따라 건축주 직영 시공범위가 주거·비주거 모두 연면적 200제곱미터 이하 건축물로 대폭 축소되면서 그 빈도는 더 심해졌다.

정부가 건산법 개정에 나선 것은 무자격자의 부실시공과 건축물 안전문제, 하자보수 분쟁 등을 막고자 함이다. 개정 건산법은 종전 주거용 건축물 연면적 661제곱미터 이하, 비주거용 건축물 연면적 495제곱미터 이하면 건축주 직접시공이 가능했으나 ‘무자격 시공’ 제한을 강화해 앞으로 주거·비주거용 모두 연면적 200제곱미터를 초과하는 건축물은 건설업자가 건설공사를 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정부 규제강화가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를 부추기는 ‘규제의 역설’로 작용…
   건축사·건축관계자들 “예상한 결과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현장에선 되레 건설업 불법 면허대여 같은 부작용이 더 악화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건설업 불법 면허대여는 보통 무자격 집장사가 면허를 돈을 주고 빌리는데, 수수료는 공사비의 통상 5%정도로 건당 150만원∼1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개정 건산법 이전에도 건설업 등록 불법대여 문제는 심각했다. 올 2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건설면허 불법대여·알선 일당, 총책·브로커 등 69명을 검거했다며, 이들이 공사금액만 2조 8,500억원대에 이르는 5,831개 건설현장에 건설면허를 대여해 174억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고, 총책 A씨, 알선브로커 B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본지 ’18년 4월 1일자 보도>

개정 건산법이 시행되며 불법 면허대여가 활개를 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건설업 등록(면허)증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다. 6월 27일부터 적용된 건축주 직영공사 규모 축소로 인해 소규모 건축물공사의 경우 공사건수에 비해 종합건설업 면허업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2017년말 기준 전국 종합건설업체 총 1만2028개를 대상으로 건설물량 약 10만건 이상이 갑자기 늘어나서인데, 지난 4월에는 국토부가 분양대행사 건설업면허를 의무화하면서 등록(면허)대여 암시장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공사수급에 따른 건설업등록증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니 불법이 판치는 것인데,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정부의 규제강화가 오히려 불법 면허대여를 부추기는 ‘규제의 역설’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국 관계자는 “최근 전국 17개 시·도건축사회에 건설업면허 불법대여 광고 수신사례를 조사한 결과 문자, 팩스, 우편물을 통한 건설업 면허대여 광고가 더 심해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면허대여 업체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무차별적으로 면허대여를 조장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A건축사는 “개정 건산법 시행 후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가 더 횡행해질 것은 건축관계자들이라면 다 예상한 결과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건설업 등록(면허)업체가 국내 착공건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안은 없을까? 불법 건설업 등록증 면허대여는 부실시공, 하자보수 책임 문제와 직결되며, 그렇다고 처벌강화도 근본적 대책이 될 수는 없다. 현행법상 건설업 등록증 대여는 최대 5,000만원 벌금 외 범죄수익 몰수·추징이 되지만, 범죄로 벌어들이는 이득이 벌금보다 크고 적발도 쉽지 않다.

◆ 건축사, 전문가로서
   건설현장 정상화에 역할과 책임 있어

이에 대해 건축사들은 전문가들로 하여금 중·소규모 건축시공을 위탁관리케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건축사가 건축기획부터 설계, 시공, 감리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만큼 전문가로서 건설현장 정상화에 역할과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B건축사는 “국가로부터 공인받은 건축사가 전국에 걸쳐 약 1만5000명에 이른다. 건설업 면허업체와 유사한 숫자로 기존 건축주 직영공사 범위를 건축사가 중·소규모 시공과정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면 건축주에게도 이익이 되고, 중·소규모 건축시공도 명확해진다”고 전했다.

C건축사도 “원설계자인 건축사가 공사를 직접 진행하진 않지만 건축주 권한을 대행하게 되면 공사 완성에 대한 강력한 감독권 확보, 더불어 품질에 대한 안전성과 건축사의 설계의도 구현을 완성할 수 있다”며 더불어 “설계의도 구현으로 사후설계관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건축주의 이중부담을 경감해줄 수 있고, 미래도시 유산이 될 건축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건축주에게 200제곱미터 이상 소규모건축시공을 ‘건설사’ 또는 ‘건축사 소규모 건축공사 위탁관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국민편익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업계 한 관계자도 “당장 건설업체 부족으로 불법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중소규모 건축시공에 실력이 검증된 전문가에게 진입장벽을 낮춰 편입시키는 것도 건축물 안전을 위해 유익하다”고 제언했다.

▲ <건축사 소규모 건축공사 위탁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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