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고가 났다. 동작구 다세대 신축 현장의 흙막이 붕괴로 인접한 유치원이 무너질 뻔한 대형 사고가 언론에 대서 특필되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항 지진으로 인해서 무너진 집들과 기둥에서 발견된 어이없는 부실 공사 흔적들. 충북제천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와 건축 관리에 대한 부실한 관행들. 용산의 일요일 건물 붕괴. 언론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건축 관련 사건 사고들은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최고 전문가인 건축사도 좌불안석이다.
건축사들이야 이런저런 구조적 한계와 모순을 알지만, 그것을 일일이 대중에게 설병할 길도 어렵고, 설령 설명한다 해도 이 상황에서 설득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것은 이런 어이없는 사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역할이 충실하게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비단 이런 사건·사고가 이번만 있는 것도 아니고, 최근에 급증하는 것도 아니다. 오래전 이미 있어 왔고, 수많은 대안이 논의 되었다. 그때마다 언론과 현업 종사자는 때로는 궐기대회를, 때로는 반성을, 때로는 강력한 행정조치를 선언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고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은 일상화되어 있지 못하고, DNA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축에 관한 최고 전문가로서 우리의 태도는 어때야 할까?
외부에 대한 요구 이전에 우리 스스로 원칙에 입각한 건축사 역할을 해야 한다. 건축사에게 계약을 하고 돈을 주는 건축주나 시행사, 심지어 시공사를 위해서 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이 돈을 준다고 해서, 건축의 안전과 미래에 대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의 이야기처럼 영혼을 파는 건축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가장 원칙을 지키고 후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건축사들이 꼭 봐야 할 고전 영화로 <타워링>이 있다. 영화 타워링에서 주인공은 건축사로서 자기의 직업정신에 투철하고, 합법적 수준에서 설계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사고에 대한 직업윤리적 책임감으로 동분서주한다.
우리 건축사들의 태도가 이럴 것이라 보여진다. 다만, 이번 동작구 흙막이 공사 붕괴에서 나타난 것처럼 안이한 설계감리자의 발언으로 일선의 모든 건축사들이 오해받게 되었다. 이렇게 안이한 판단을 한 협회원이라면 제명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검찰총장까지 지냈던 이도 품위에 대한 여론으로 변호사개업신고를 반려한 변호사협회의 판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짚어야 할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책임 질 것은 책임진다고 하자. 하지만, 현재의 제도는 건축사들에게 과다한 징벌수준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축사 행위영역 또한 점점 축소하는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도대체 일할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책임을 논해야 하지 않은가?
김영삼 정부 때 부정부패에 대한 온갖 해법에도 해결이 되지 않자, 건축 준공 업무를 전격적으로 건축사에게 맡겼다. 내용으로 보면 전문가 우대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준공에 대한 책임을 건축사에게 떠 넘겨 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허가에 대한 권한도 건축사에게 넘기는 것이 옳다. 허가에 대한 권한은 여전히 공무원이 집행하면서, 준공에 대해서 돈 몇 푼에 건축사에게 책임 지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감리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논의 되고 있는 각종 감리의 허가권자 지정은 보다 객관적으로 선정되는 방식이 강구되어야 하고, 건축주나 시행사, 시공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절대 권위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감리자의 발언 하나로 즉각적인 공사 중지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이에 상응하는 정당한 비용이 지불되어야 한다. 감리 잘못으로 무너지는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비용의 몇 십배에 이르는 것을 보면, 하루 빨리 설계와 감리의 정당한 비용지불에 대한 사회적인 숙고가 필요하다. 적어도 관공서와 각종 공사는 정당한 기회와 책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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