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요지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은 89곳(39.0%)으로 도시 보다 시골이 더 소멸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중앙대 마강래 교수는 <지방도시 살생부>라는 저서를 통해 지방소멸은 이미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선언하고 거점 중심의 ‘압축도시(Compact City)-일터와 주거가 대중교통으로 연결되는 작고 효율적인 도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런 시대가 오면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처럼, 개인 건축주 일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작은 설계 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걱정이 되어 몇 가지 통계를 더 찾아보았다. 현실을 부정할 어떤 단서라도 나오면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거점 도시가 화두인데, 현재 거점 도시들의 단독주택 허가 추세는 어떨까? 추세가 비슷하거나 증가세에 있다면 당분간은 괜찮지 않을까? 통계청 사이트에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울산, 제주도의 단독주택 허가 건수를 비교해봤다. 서울은 약한 감소세였지만 울산, 제주도는 강한 감소세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가구주택도 비교했지만 비슷하거나 더 나빴다. 체감하고 있었지만, 우리 사무소가 주로 하는 개인 건축주 일이 줄었다는 사실을 통계에서도 확인하니깐 마음이 착잡하다. 우리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시장이 축소되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한 반에 50명이 넘었으며 2부제 수업을 했던 초등학교를 다녔던 나로서는 이 현상이 당황스럽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두렵다. 그래도 방법이 있겠지. 방법이.
만약 변하는 사회에 맞추어 건축설계사무소도 조금씩 변화한다고 가정하면 어떨까. BIM을 제외하고서라도 몇 가지 화두를 살펴보면 세상이 변하는 것과 우리 업계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제조’를 살펴보자면 로보틱스, 3D프린터, LoT등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맞춤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인데, 작은 건물의 경우 직접 설계하고 시공하는 설계사무소가 늘어나는 요즘, 부분적으로라도 이를 활용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또 ‘코딩’ 교육이 유행인데, 반복 업무가 많은 설계사무소에서 코딩을 통해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스크립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가능하겠다. VR이나 MR 역시 활용할 수 있는데, 가상세계에 멋진 건축물을 짓고 사람들이 VR로 돌아볼 수 있도록, SNS를 통해 홍보하는 것도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
다급하게 낸 아이디어인 만큼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나도 느낀다. 어찌 됐든 전통적인 건축설계 시장이 작아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사실인 것 같다.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현재 가능한 도전을 조금씩 더 해보고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겠다.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를 감내할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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