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편집국장을 겸하면서 제일 먼저 정책 제안 기사로 발표한 것은 건축사 면허대여에 대한 처리 문제였다. 관련 기사를 준비하면서 영국과 프랑스, 미국의 건축사들에게 조사하고 문의 했다. 이들의 첫 마디는 어떻게 건축사 면허를 대여 하느냐는 되물음이었다. 협회에서도 수차례 다루고, 본 신문에서도 4월에 대대적으로 다뤘다. 그럼에도 동일한 문제로 한국이 후진국 같이 느껴져 민망함과 당혹스러움으로 취재를 했다.
의사나 변호사도 종종 면허 대여로 인한 문제가 제기된다. 하지만 그 처벌 규정은 건축사보다 강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허대여는 존재한다. 어디 그뿐일까? 국내 재벌 총수는 자신의 재단에서 운영하는 병원 앞 약국면허를 대여해서 천억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렸다.
다행히 최근 법률이 면허 대여로 인한 부당 이익을 환수하거나 대여행위자에 대한 법적 제재내용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제도가 마련되면 과연 면허 대여가 없어질까?
안타깝게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들이 건축을 하려고 고민할 때 건축사사무소를 찾아가더라도 면허대여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건축사에 대한 유사 호칭이 방송이나 잡지 등 대중매체에 더 많이 사용된다.
영어표기는 오히려 명확해서, Architect는 건축사자격시험을 합격한 이들만 사용할 수 있다. 자격면허가 없다면 Architect를 절대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우리는 건축사라는 용어와 건축가라는 용어가 공존하고 있다. 하나는 법적 용어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적 용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대부터 이 용어를 공용으로 사용 했을까?
아니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 강제로 도입된 서구 건축은 우리 스스로 기반을 만들 시간을 주지 않았고, 일본의 혼란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영어가 명쾌한 것에 반해서 일본은 건축사와 건축가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우리에게 이런 혼란을 남겨주었다. 결국 이 또한 일본 식민시대의 잔재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과정을 통해서 제거되지 않고, 혼용 되며 유지되었다. 일본과 동일하게 우리도 이런 용어정리에 엄청난 시간낭비와 에너지를 소모했다.
하나는 제도권 밖에서 사용되고, 하나는 제도권 안의 용어로 사용된다. 이런 상황은 면허대여 과정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 또 하나의 원인이 된다. 법에 대한 가치가 무시된 것과 같다. 면허 유무가 확인되지 않는 사회에서 경쟁은 필연적으로 시장질서가 파괴된다. 이들로 인해 덤핑이 횡행하고, 실제 업무가 부실해진다. 면허대여로 설계하고, 면허 대여로 감리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국민들에게 경제적 손실과 상처를 준다. 이쯤 되면 유사 용어도 건축 자격시험을 통과한 자로 법개정해서 공식화 하는 것이 옳다.
잦은 법·제도 위반과 이에 대한 단속과 처벌의 반복은 국민들에게 신뢰의 기회를 잃게 만든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소동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건축사사무소들의 생존에 대한 아우성은 이런 원인에서 출발한다. 물론 시장환경의 난맥상 또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 정책에서 여전히 건축이 건설과 부동산 관점에서 밀려나 있는 상황에서 전문직에 대한 근본적 회의는 하루빨리 정착되고 정립되어야 할 시급한 상황이다.
차라리 영어 Architect로 표기하고, 뿐만 아니라 이제는 면허대여로 완성된 건축의 모든 과정에 대해 건축주와 면허대여자 모두를 고발, 처벌, 철거 등도 가능한 강력제재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