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있어 지진 등 자연 재해부터 붕괴와 화재 등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벌어졌다. 모든 나라들이 그렇듯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난리다. 건축에 있어서 최고의 전문가인 건축사들이 나서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가 여기저기 중계됐다. 행정당국은 화들짝 놀라 화재가 났다고 해서 외단열 마감일뿐인 드라이비트를 금지했다. 규정에 있긴 하지만 실행과정이 준비되어 있지도 않은 가설시설에 대한 도면과 구조까지 요구하고 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행정당국의 규제조항은 계속 쌓여간다. 당연한 조치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동일한 안전 문제가 발생된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의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한 섬세한 보완과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외단열 드라이비트 사용의 금지로 더 비싼 외장재를 써야 한다. 가설 구조물에 대한 요구에서도 필로티에 대해서 구조 기술사 확인 의무에서도 규제만 제시할 뿐 정작 일을 해야 할 사람들에게 제공할 경제적 대가는 언급하지 않는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뜨와네뜨’는 배고파서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는 황당한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도대체 뭐가 다른가? 좀 더 근본적이고 진지한 관점에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적 접근으로 대응하는 조치들인 셈이다. 그 조치들로 건축사들은 경제적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다.
최근 일어난 화재 사건의 본질적 문제는 유지 관리 부재와 소방 대응 능력을 무력화 한 불법 주차, 공사중 안전의식 부족, 피난통로를 막아둔 인테리어 시설 등에 있다. 당장의 이익 때문에 피난 통로를 막고, 소방도로 기능을 막아버린 불법주차 단속을 제대로 안했기 때문이다. 철거 중 가설구조물의 붕괴 역시 철거공사 시공사의 계획 미비와 철저한 현장 관리 부족이 핵심이다. 지진으로 인해 붕괴된 필로티 건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철저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매스컴을 통해 공개되는 각종 규제는 성공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근본적이고 본질적 해결책이 아니다. 이런 모든 문제들의 정점에는 비용이 있다.
설계비의 보장 없이 무조건 하라는 것은 건축사에 대해 구조적 착취를 유도하는 것과 같다.
화재에 취약한 목재 주택은 외단열 드라이비트 만큼이나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이나 북미 대륙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것은 철저한 소방 관리와 불법에 대한 엄격한 처벌 때문이다. 그리고 건물주에게 그런 안전에 대해 일상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제도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유지관리와 불법에 대한 엄격한 관리는 경제적으로 저렴한 외단열 드라이비트로 시공한 건물이라 할지라도 위험에 덜 노출된다. 모든 건물주가 돈이 많은 것이 아니다. 각자가 극복할 수 있는 한도에서 공사금액을 정하는데 이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정치권이나 행정부는 알아서 돈을 받아 일을 하라고 한다? 덤핑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가능한 일일까? 적어도 안전에 관한 비용부분은 정부가 확정해서 창의적 발상이 필요한 건축부분을 제외한 최저 설계비라도 규정해 주어야 한다.
정치권이나 행정 당국은 사건 사고가 나면 표면적인 브리핑과 공문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섬세한 정책을 제시해 줘야 한다. 협회는 이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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