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네트워크 <8> 김영종 종로구청장

건축사 네트워크 _ 각계에서 활동하는 건축사를 소개합니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이 ‘건축사네트워크’를 연재합니다. 건축사로서 사회 각계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을 소개합니다. 건축사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여덟 번째 소개할 인사는 김영종 종로구청장입니다. (대담 = 홍성용 편집국장, 최홍종 편집위원, 글·사진 = 장영호 기자)

‘청진 지하보행로’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1호선 종각역 사이의 지하보도다. 광화문역과 연결된 지하보도는 길이 240미터, 면적 2827제곱미터로 광화문역에서 KT광화문빌딩 이스트(KT신사옥)와 D타워 등을 거쳐 종로구청과 청진공원으로 이어진다. 종각역 지하보도는 연장 350미터, 면적 900제곱미터로 그랑서울 빌딩부터 타워8 빌딩을 지나 종각역으로 연결된다. 이른바 건물을 통과하는 ‘지하도시’ 개념이다. 해외 역세권 개발 모범사례로 꼽히는 일본 도쿄의 시오도메역, 시나가와역이 이에 해당된다. 
2010년 당시 청진동 5개 사업지구는 독자적으로 개발을 진행하며 건물간 동선이 단절되고 노후 기반시설 설치가 지연되고 있었다. 이때 종로구가 지하공간개발 사업안을 사업주들에게 제안해 1년간 87회에 달하는 협의를 거친 끝에 586억 원의 사업비 전액을 민간에서 부담키로 합의를 이끌어낸다. 지금의 ‘청진 지하보행로’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러한 종로구의 사업성공은 2010년부터 종로구정의 세밀하고 섬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없었다면 설명하기 힘들다. 건축사 출신으로서 건축·도시행정가의 경험이 발휘된 결과다. 현재 종로구 광화문 일대는 상권분석결과 5조 8,355억원(SK텔레콤 상권분석 서비스인 ‘지오비전’이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년간 분석한 결과)으로 국내 1위를 기록했다. 역사·문화 중심도시에 더해 지역경제까지 꽃피우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발판으로 종로구를 건강한 도시, 안전한 도시, 아동친화적인 도시 3대 도시화를 이뤄나가겠습니다.”

민선 5∼6기 종로구청장에 이어 3선에 성공한 ‘김영종 종로구청장’을 만나 건축사로서 그의 종로구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들어봤다.


Q. 민선7기 종로구청장 3선 당선을 축하드린다. 지자체의 연속성을 위한 3선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임하면서 가장 역점을 강조한 일관된 정책은 어떤 것이 있나.

그동안 종로구의 정책이나 모든 사업의 중심에 항상 사람을 먼저 뒀다. 구정목표는 ‘안전하고 편안한 도시’,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 ‘매력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사람이 행복하게 살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건강한 도시를 위해서는 첫째 공기가 좋아야 한다. 종로구는 미세먼지 없는 도시관리를 위해 여러 노력을 쏟는다.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대로변 물청소와 분진흡입 청소, 건물 옥상의 폐기물 치우기 및 녹화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측정 및 저감 사업, 대형공사장의 비산먼지 저감, 주택가 경유차 배출가스 점검, 건축공사장 24시간 안전관리 강화사업, 안전자문관 제도, CCTV통합안전센터도 시행·운영중이다.
종로구는 ‘건강도시’를 목표로 산책코스 조성부터 도시텃밭 등 녹색 공간 조성, 안전골목길 디자인, 생명존중 자살예방사업, 금연사업,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정에 반영된 건강개념은 기존의 질환 예방과 치료보다 훨씬 넓은 의미다. 이는 지역사회의 건강을 포함하는 것으로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도 매진하고 있다. 교육경비 보조사업 확대, 특화 도서관 건립, 어린이 전용극장 개관, 삼청공원과 숭인공원에 어린이 숲 체험장 조성,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운영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역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건립하고, 노후한 어린이집의 시설은 현대화하고 있다. 창신동 지역에는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면서 자연을 체험하고, 공부하는 친화적인 놀이터인 ‘산마루 놀이터’가 만들어질 계획이다. 도시재생 구역인 창신, 숭인동의 아동들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는 안심이 장치를 운영 중이며, 학교 주변 불법광고물 일제정비, 학교앞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도와주는 옐로카펫 설치, 어린이 교통안전지도 등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Q. 종로구는 전통적으로 서울의 중심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지역이지만, 개발논리에 밀려 다소 후퇴한 도심이라는 세간의 평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도심 재개발들이 진행되어 가시적 성과들도 나타났다. 전통과 개발의 공존 가치가 어떤 것이 있는지.

종로구가 추구하는 미래도시는 전통을 잘 보존하면서, 지역특성에 맞는 개발로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사람 중심 도시다. 따라서 도시재생에 따른 성장방향도 오랜 시간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을 잘 보존하는 일과 함께 사람중심의 질적 재생과 정비를 우선한다. 
종로는 수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여러 위인들의 생가 터가 있고, 문학·예술인들의 다수가 종로에서 살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종로만의 우수한 문화자산이라 할 수 있다. 종로의 정체성에 맞게 문화를 접목한 도시재생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재생 방법도 한방에서 말하는 침술효과처럼 이뤄져야 한다. 종로구처럼 정체된 구도심의 재생을 위해서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나 거대 상업 건축 같이 한 지역에 집중되는 블록 단위 개발 보다는 도시 곳곳에 그 지역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문화 인프라를 조성해 이런 점적인 공간이 점차 서로 네트워크를 이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주변 지역에까지 활력을 불어 넣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Q. 국가적 어젠다인 도시재생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도시재생의 대표적 지역이 종로구라고 생각된다. 종로구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도시 재생 지역이나 성격은 어떤 것이 있는지.
 
창신, 숭인동은 재개발 대신 도시재생을 선택한 주민들의 힘으로 당시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지정됐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약 4년간 200억 여원 규모의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했다. 지금은 사업의 막바지 단계다. 마중물 사업이 종료되더라도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을 통해 주민 스스로 지역의 공유자산을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 지역사회에 재투자 할 계획이다. 
올해는 창신동에 밀집되어 있는 봉제산업 육성을 위해 봉제디자이너 작업장과 봉제박물관이 건립됐다. 박물관은 마을조직과의 협업을 통한 봉제체험 관광 프로그램과 주민주도형 동네 관광 상품을 개발하여 지역을 봉제특화 관광 명소로 육성하고 있다. 또 일제강점기 총독부와 경성역 등 석조건축물 석재를 채취하던 창신동 채석장 일대 명소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밖에도 인근 낙산공원의 낙산어린이공원 재정비, 숭인공원 정순왕후 기념공간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종로구는 성곽마을 주민들의 거주환경 개선과 마을공동체 조성을 위한 도시재생을 추진하고자 한다. 사업은 종로의 성곽 주변 부암, 행촌, 이화·충신, 명륜·혜화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추진하며 각 사업지마다의 특성을 살리고자 한다.
낙원상가, 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약 344,000제곱미터)에는 역사인문 재생사업을 실시한다. 창덕궁 4개의 길을 대상으로 먼저 돈화문로는 창덕궁 가는 길을 테마로 가로와 전통문화체험거리를 조성하고 삼일대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공간 및 역사탐방로를 조성한다. 서순라길은 귀금속 특화거리로 공예창작거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낙원동, 익선동에는 도시한옥, 낙원상가를 기반으로 하는 신흥문화를 조성하여 낙원상가와 돈화문로 일대의 고유한 특성과 역사성을 보존하고 지역 전체 경제, 문화를 활성화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작년 12월에는 삼일대로에 종로1.2.3.4가동청사를 개청하면서 국악특화 도서관인 우리소리도서관을 함께 개관했다.

Q. 도시 행정에 있어서 건축적 상상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건축사로 수십 년 일하시다가 행정가로 전업했는데, 직업을 바꾸신 계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건축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어우러지는 분야다. 한옥에 살던 사람이 양옥으로 이사 가면 생활양식이 바뀌게 되며, 길을 내고, 다리를 놓으면 사람들의 삶이 변하게 된다. 건물을 만들고 공공시설을 만드는 건축사와 구청장이 바라는 도시는 같다고 생각한다. 구청장을 하면서 조선후기 건축공사를 총괄하던 도편수의 역할을 하고자 했다. 건축사의 사회적 책무가 건물을 계획하면서 늘 자연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고려하는 것 아닌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게 건축사의 역할이다. 건축사로서의 경험을 살려서 전체를 보고 작은 것도 섬세하게 챙기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종로만큼은 안전하고 편리하고, 아름다우며,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는 명품도시로 만들고자 선출직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

Q. 도시재생의 여러 가지 성격 중에 도시 구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 대표적 도시재생 개발이 도쿄 시오도메나 시나가와가 있다. 이들 지역이 인상 깊었던 것은 개별 건물의 개발보다도, 블럭 전체의 긴밀한 네트워크 개념이 있다. 예를 들면 2층 높이의 보행자 전용 데크나, 지하층 통합 주차장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블럭 개념의 네트워크 사례가 없다. 혹시 종로구의 도시재생 개발의 경우 보행 네트워크나 통합 주차장 개념을 도입하실 의향이 있나.
 
청진동은 2010년 5개 사업지구에서 도시환경정비 사업을 하면서 각각의 사업지구가 독자적으로 개발을 진행하면서 건물간의 동선이 단절되고 노후 기반시설 설치가 지연되고 있었다.
종로구는 ‘청진구역 전체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연계해 지하공간을 함께 개발한다면, 각 건물의 가치가 높아지고 유동인구가 늘어나 주변지역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지하공간개발 사업안을 각 사업주들에게 제안하게 됐고, 일일이 찾아가 설득하면서 1년간 87회의 협의를 거친 끝에 586억 원의 사업비 전액을 사업지구 면적에 따라 민간자본으로 분담하기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각 사업지구의 지하를 하나의 보행로로 연결했다.
청진 지하보행로 조성사업은 건물의 가치를 높이면서 이용시민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휴게공간을 조성한, 대표적인 민·관 거버넌스 도시개발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Q. 더불어 도시재생의 소프트한 측면이 관광이다. 현재 북촌을 비롯한 종로구 대부분 지역이 관광지화 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지역부흥도 이뤄지지만, 반면에 거주자들의 불편함도 드러나고 있다. 현재 서울시와 주민간의 갈등이 있다. 부산의 경우 입장료를 받기도 한다. 아니면 지역 가이드 투어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대안은. 

그간의 노력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종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들고 있지만 이 때문에 거주 주민들의 불편도 생기고 있다. 이를 위해 정숙관광 관련 캠페인과 언론보도, 여행사 협조요청 등 과잉관광 문제를 해소하려 다각도로 노력하지만 주민들의 불편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앞으로 지역주민의 정주권 보호와 생활불편 해소를 위해 주민·관광객·상인과의 실효성 있는 숙의과정을 통해 관광객 수를 제한하거나 시간조정, 관광지역 주민을 위한 인센티브, 일자리창출 등 여러 대책을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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