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준봉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위원회 자문위원

지리·경제학적 이점 큰 ‘나진선봉경제특구’ 활용,
접경지역에 생태보존형 관광벨트 및 동서남북간 교통인프라 등 구축,
북방한계선부터 개성까지와 남방 한계선부터 파주까지 새로이 계획해야…
휴전선 남쪽지역에 제2의 개성공단 만드는 일 시작할 수 있어

▲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위원회 자문위원·중국 심양건축대학교 건축도시공학부 교수(문화재수리기능자/건축사/공학·법학박사)

간밤에 러시아로부터 온 축구 최강국 독일을 꺾은 승전보가 한여름 소낙비처럼 시원하게 청량한 활력소를 선사한다. 남북교류에 있어서도 시원한 통일소식이 기대된다. 독일 통일이 없었으면 유럽 통합이 불가능했듯이 동북아 평화와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도 한반도 통일이 토대가 돼야 가능하다. 독일의 통일은 동독 인민회의에 결정에 따른 상호 합의에 의한 연방 편입방식에 의한 통일이며, 일부 부정적인 통일론자들이 언급한 일방적인 흡수 통일이 아니었다.

건축사협회도 북한 관련 협회와의 상호교류 협력 시작해야

우리 한민족은 남북국시대, 후삼국시대 이후 약 1,300년 동안 통일된 국가를 이루었다. 이제 통일된 한반도는 작게는 지나치게 높은 수출 주도형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경제에 새로운 희망을 주며, 크게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유라시아 경제 연합의 변화와 발전을 유도한다. ‘선 평화 후 통일’의 원칙하에 먼저 화해협력을 통한 교류 후 통일 단계로 진입하는 방식으로 통일은 일종의 프로세스가 되어야한다. 남북의 자유로운 통상 통신 통행(3통)이면 된다.
이를 위해 불투명한 현재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제적 관점에서도 건축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국가가 할 일이 있고 민간이 할 일이 있는데, 지금 먼저 우리 건축사협회도 북한 관련 협회와의 상호 교류 협력으로 민간의 할 일을 시작해야겠다.

▲ 1. 개성공단 가동 시 모습 2. 건축사협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 건축사점검단의 개성공단 관리동 점검 3. 북한 남양시 민가 풍경 4. 중국 길림성 도문시와 접경인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의 새로 정비된 주거단지

접경권에 동서녹색평화도로(물류 자동차 도로) 만들고,
평화 누리길(트레킹, 자전거도로) 구축해
세계 평화공원, 신성장산업 육성해야

첫 번째는 두만강 하구에 위치한 나진선봉경제특구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나선경제특구는 북한이 1991년 자유경제 무역지대로 선포한 이후 중국과 러시아 기업들이 이미 활발하게 진출해 있는 곳이다. 동쪽은 두만강을 경계로 중국·러시아연방 및 동해와 접한 경제특구로서 북한에서 유일하게 사증 없이 입국할 수 있는 곳으로, 북한이 가장 먼저 개방한 지역이라는 상징성과 지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황금의 삼각주라는 지리적 이점이 높다.
또한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곳 나선경제특구 진출이 국제 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 석탄 자원의 유통을 고려한 것인데, 이것만 본다면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교역을 중단하는 5·24 조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나선 지역은 정치적인 관점이 우선한 개성공단과 달리 지리·경제학적 이점이 크고 중국 등 국제 자본을 끌어들여 남북 경협이 동북아 경제협력 체제로 작동하는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이미 중국, 러시아 등 다자로 넓어진 곳이기에 당장에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접경 지역 종합발전 계획인데, 현재 2001년 접경지원법이 제정된 후 <접경 지역 지원 특별법>으로 2011년 전환되어 접경지역발전종합계획이 수립됐다. 그래서 지금 접경 지역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곳 땅값은 최근 1∼2달 사이에 무려 2∼3배 폭등한 곳도 부지기수이고, 찾는 사람은 많은데 매도세 실종 상태로 강남 아파트의 매수 실종과는 정반대 흐름의 거래 절벽 상황이다. 이 민통선지역을 포함한 접경권의 비무장지대에 생태보존용 관광벨트를 만들고 동서남북간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며 이 지역에 동서녹색평화도로(물류 자동차 도로)를 만들고, 평화 누리길(트레킹, 자전거도로)을 구축하여 세계 평화공원,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독일 통일보다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다. 북한의 주체사상 체제와 군사정권의 건재함 등으로 인하여, 독일과는 다르게 통일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며, 북한 주민의 95% 이상이 통일을 희망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98%가 재입주를 원한다.
마지막으로 휴전협정이 종전과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면 북한군의 개성이북으로, 그리고 남한군의 파주 이남으로의 철수를 통한 북방한계선부터 개성까지와 남방 한계선부터 파주까지를 새로이 계획하는 것이다. DMZ는 지구상에 남은 거의 유일의 생태계 보전 지역으로 완충지역으로 보존하면서 먼저 휴전선 남쪽지역에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드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단순히 산업단지 차원이 아닌 ‘평화번영 특별구역’으로 지정하여, 중립적 경제협력지대로 설립하면, 북한 노동자가 입국할 수 있게 되고 외국인을 포함한 기업 투자를 대거 유치할 수 있다. 지금은 UN 제재 대상인 개성공단 재개와 맞물려 있어 불투명하지만 이미 북한의 사증이 필요 없이 입국이 가능한 나진선봉특구 등이 운영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충분히 가능한 그림이다. 임진강 바로 남쪽편 우리지역에 공단을 세우면 북한의 근로자들의 출퇴근과 관리도 어렵지 않고 남쪽의 인프라 사용과 효율적인 운영에 있어서도 지금보다 훨씬 더 원활한 공장가동 효과를 볼 수 있다.
개성공단은 한국의 건축사가 설계하고 한국의 기술과 자본으로 설립됐다. 건축은 미래의 바로미터이며 시대와 지역, 문화의 소산이다. 한반도의 통일미래를 위해서 건축사가 할 일이 분명히 있다. 특히 개성은 한반도의 대표적 역사도시다. 한반도 최고의 한옥 도시는 서울이나 전주, 경주가 아니라 불행 중 다행으로 잘 보존된 개성이라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개성의 한옥을 보존하고 수리하고 개선하는 데 상당한 산업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수 많은 전통건축 인력의 교육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거점으로 바로 인근의 개성공단만한 곳은 없다. 이 개성공단에 건축기술학교를 설립하는 일이 필요한 이유이다. 공단 바로 옆을 지나는 경의선 철도를 이용하면 양질의 시베리아 소나무와 백두산의 소나무를 육로로 수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옥건축은 남북 간의 차이를 메워 역사적, 문화적, 산업적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마스터키가 될 수 있다.

개성은 한반도 최고의 한옥도시,
한옥 보존·수리 위한 전통건축 인력교육 필수…개성공단에 건축기술학교 설립해야
한옥건축은 남북 간의 차이 메워 역사·문화·산업적으로 남북통일 앞당기는 마스터키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될 때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것이지만 불투명한 지금이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우리 건축사가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하면서 시급한 북한의 노후주택을 개선하는 리모델링 작업과 저렴주택건설기술교육, 친환경 건축설계기술의 교육과 교류 등을 시작할 적기이다. 지난 개성공단의 건설과 이미 남쪽에서 평양에 설립하여 첫 졸업생을 배출한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건설은 우리 한국의 건축사가 담당을 했고, 이미 건설과 운영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교육시설인 평양의 건설건재대학 등 건설기술교육센터도 이미 준비돼 있다. 함께 배우고 생산한 결과는 남북한 모두에 골고루 혜택을 줄 것이다.

본격 사업추진 앞서 불투명한 지금이야말로
북한 노후주택 개선의 리모델링 작업, 저렴주택건설기술교육,
친환경 건축설계기술 교육 등 교류 시작할 적기

이제 남과 북은 <평화협정>ㅡ<휴전선후방철수 화해시대>ㅡ<한반도경제공동체구상>ㅡ<개성파주경제특구>ㅡ<금강산관광특구>ㅡ<나진선봉경제특구>의 조성으로 화해공존 시대로 간다. 건축은 하드웨어지만 소프트웨어를 구축한다. 통일 프로세스를 위해 건축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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