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인허가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득해야 하는 심의 과정이 있다. 개발심의, 건축심의, 경관심의, 건축구조심의 등. 필자는 이러한 심의들 중 유독 경관심의가 마음에 걸려왔다. 이유인 즉 다른 기술적 심의들은 건축사의 전문분야가 아니고,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행하는 심의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해왔지만 경관심의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의 건축사들은 하나의 디자인을 위하여 국토법, 건축법, 소방법, 주차장법, 피난법을 비롯해 시·도지역의 도시계획조례 및 지구단위계획(심지어 지구단위계획 경관 가이드라인이 있는 곳도 있음.)까지 반영하고, 이에 더해 대지현황, 건축주의 요구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디자인 하고 있다. 건축물의 용도 및 규모, 층고, 주출입구의 위치를 비롯하여 건축물 및 대지의 마감 재료까지 어느 한가지 도 현행법을 위반해서는 안 되며 또한 건축주가 원하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건축물의 작은 것 하나까지도 건축사는 수 없이 고민하고 절충하여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 속에서 결정된 건축디자인이 경관심의라는 과정을 통해 무차별하게 칼질 당하고 있다. 건축사가 고민했던 주도로의 위치와 파사드의 관계, 건물의 형태와 방위, 조경과 주차장을 비롯한 옥외공간의 배치 등등... 수없이 많은 갈등의 흔적들이 심의위원의 어설픈 풍수지리설 한방에 무너진 적도 있었다. 지금껏 경관심의 과정에서 들었던 당황스럽던 조건들을 보면 “사업성이 떨어져 보이므로 사업계획서를 첨부할 것”, “대지내의 모든 건축물을 정남향으로 배치할 것”, “드론촬영 등의 기법을 활용하여 대지의 전경을 담아올 것”, “조경의 위치가 건축물의 북쪽에 위치하여 조경의 식생이 불리하니 조경의 위치를 건축물 전면으로 옮길 것”, “간판의 모양을 분양계약서에 첨부할 것.” 이게 과연 경관심의에서 나와야할 의견들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들은 심의위원이란 감투를 썼으니 무슨 말이든 한마디는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심의위원들 중엔 건축사도 포함되어 있고 건축사가 아니라도 꼭 필요한 지적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국가와 지자체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지킨 국가공인 건축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얼마나 더 옭아 매야 하는 건지 정말 모를 일이다.
경관심의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꼭 필요한 상황에만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하며, 만약 어떠한 이유로 해당지역의 디자인 요소를 지킬 수 없을 때 심의를 통해 건축주의 재산권을 보호해주는 절차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경관심의위원은 당연히 건축사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물의 디자인은 현행법상 건축사의 몫이니 그와 관련한 심의위원들의 자격도 건축사로 제한해야 한다. 건축물의 디자인은 건축사들이 평가하고 논의할 수 있는 것이지 다른 이들이 할 일이 아니다. 건축경관심의는 이제 건축사들에게 맡겨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경관심의가 계속된다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구겐하임미술관 따위는 한국에서 절대 생겨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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