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협회 법적 역할부여 등 제도보완이 시장정상화 열쇠”

불법 자격(면허)대여 자리한 곳엔 각종 불법행위 만연
올 6월 시행 ‘건설업자 시공범위 확대(200제곱미터 초과)’로
불법 건설업면허대여 급증 우려
시공 및 설계부실 관리측면에서 긍정적 평가의 ‘허가권자 지정 감리제도’
약 시행 1년 후 유명무실화 될 가능성

“건축설계비는 500만원에, 아님 공짜로 해드려요.” A지방에서는 단독주택 필지가 엄청 개발되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무자격 건축업자(집장사)가 현장을 다니며 5억에 공사를 해주겠다고 말하곤 설계비 공짜라는 ‘은밀한 제의’를 건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건축현장의 불법 자격대여는 집장사나 브로커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부실한 건설업체를 인수하거나 설계자(무자격자<실장>) 간 공모를 통해 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하나. 각종 언론지상에 건축작품이 보도되며, 건축사자격이 없는 무자격자(외국건축사면허가 없는 자)가 건축설계를 했다며 본인 작품처럼 대표작으로 소개를 한다. 이 경우 현행 건축사법 제39조의2(벌칙) 제2항에 따라 건축사가 아닌 자가 건축물의 설계 또는 공사감리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며, 또 건축사법 제41조(과태료) 제1항에 따라 건축사 또는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한 사람에게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A건축사는 “건축사가 아닌 경우 작품소개 기사 전면에 설계자로 이름을 내거나 본인 위주로 게재를 금지하는 법 또는 이와 관련한 과태료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언론에 게재가 되더라도 건축사와 함께 디자인 조력으로서 게재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매번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가 없기 때문에 회원들이 언론사에 직접 항의·어필해 개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불법 자격(면허)대여가 자리잡는 곳엔 각종 불법행위, 덤핑·부실시공·안전사고 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따른 여론의 질타와 비판은 건실한 건축사사무소, 건축관계자, 나아가 건축서비스 수요자에게 영향을 미치며 건축시장 왜곡을 낳는다.

◆ 2016년 경찰청 전국 건설현장 단속결과,
   전체 불법행위(2,566명 검거) 중 44.8%가 자격증 불법대여

2016년 8월에는 경찰청이 전국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3달간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나선 결과 총 974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2,566명을 검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선 경찰서에 ‘부정부패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강도 높은 단속을 벌인 결과, 인허가 과정 뇌물수수, 저가 건축자재 사용, 불법 자격대여 및 하도급 등 다양한 유형의 불법행위가 적발된 가운데, 자격증 불법대여자만 1,150명을 검거했다. 전체 불법행위 중 자격증 불법대여가 44.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 건설현장 불법행위 중 절반가까이가 자격증 불법대여인 셈이다. 건축현장의 불법 자격대여는 암암리에 이뤄지다보니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사실상 상상을 뛰어넘을 거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B건축사는 “올해 6월 27일부터 시행되는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개정으로 건설업자 시공범위가 연면적 200제곱미터로 확대되면 가뜩이나 만연된 건설업 불법면허대여가 기승을 부릴 것은 명약관화하다”며 “시행 1년된 허가권자 감리자 지정제도에 의해 불법행위에 대한 사전방지, 시공 및 설계부실 관리측면에서 크게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건산법 개정 영향으로 유명무실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건설업체 수는 약 12,000개 정도인 상황에서 올 6월부터 건축물량이 10만 건 이상 갑자기 늘어나게 돼 결국 불법 면허대여가 횡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나 무자격 건축업자(집장사)들이 주로 활동하는 영역은 다세대, 다가구 등 소규모건축물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불법 자격대여의 경우 문제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솜방망이 처벌과 허술한 단속체계, 그리고 개인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다. 우선 건축사자격대여가 적발돼도 자격취소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벌금이 고작이다. 적발도 어려울뿐더러 처벌해도 사회적 관심도가 낮다. 한 마디로 지자체, 수사진 등 단속주체에겐 ‘품은 많이 들고 생색은 나지 않는 업무’다. 당연히 소홀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없을까?
일본은 ‘건축주-건축사’간 직접 대면해 면담, 서명토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 자격대여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C건축사는 “일본처럼 직접 대면해 계약서명을 하더라도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공증을 해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건축사협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변호사협회의 경유 절차>

◆ 변호사협회의 경우 ‘경유증표’ 필증 교부해

변협처럼 공신력있는 협회가 경유증표와 같은 필증을 교부해 자격대여 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완벽할 순 없지만 그래도 순기능은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변호사협회(이하 변협)의 경우는 변호사법 제29조(변호인선임서 등의 지방변호사회 경유)에 따라 법률사무에 관한 변호인 선임서 또는 위임장 등을 공공기관에 제출할 때에는 사전에 소속 지방변호사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경유’라고 하는데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각 사건 위임장마다 경유 절차를 거쳤다는 것을 증명하는 변협 발행 ‘경유증표’를 부착해야 한다. 변호사법은 또 제28조의2(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의 보고)에 따라 매년 1월말까지 전년도에 처리한 수임사건의 건수와 수임액을 소속 지방변회에 보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유증표 사용내역과 지방회에 신고한 사건 수임 내역 등을 비교하고, 탈세 또는 ‘몰래 변론’ 문제를 바로잡는다.
C건축사는 “건축주가 착공 때 설계비 지급을 미루며 준공 때 준다는 식으로 심지어 디스카운트하는 사례까지 있는 점을 감안해 착공 시 ‘설계비 완납증명서’를 허가권자 또는 협회 등 공신력있는 곳에서 맡게 한다면 시장정상화에 기여하고 불법 자격대여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변협·의협·법무사협회·변리사회 등 타전문자격사단체처럼 협회에 법적 역할을 부여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비정상적 행위에 대한 내부 통제시스템이 기능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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