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17 이하 소녀들의 월드컵대회 우승으로 긴 휴식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20세 이하 여자축구의 3위 입상이 엊그제인데 그보다 어린 소녀들이 전 국민을 가슴 조리게 하면서 월드컵 사상 대한민국 최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스포츠 부문에서 한국 여성들의 활약은 항상 남자들이 앞서 나갔다. 1967년 공산국 체코에서 열린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평균 신장 168cm의 한국선수들이 190cm의 유고선수들을 격파하고 준우승의 주역이 된 환상의 트리오 박신자, 김명자, 김추자는 당시 국민들 사이에서 작년도 LPGA 상금왕을 차지한 신지애나 동계올림픽 피겨부문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만큼 회자되었다. 이 대회 MVP는 우승 팀이 아닌 박신자에게 돌아갔으며, 1999년 미국 NBA 명예의 전당이 생기면서 아시아인 최초로 헌액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후 ‘우생순’ 영화로 유명한 핸드볼 팀, 올림픽 대표되는 것이 금메달 따는 것 보다 어렵다는 양궁 팀, 탁구와 빙상의 쇼트트랙 등 거의 전 종목에 걸쳐 단체 팀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어렵던 IMF시절 발목 투혼으로 일궈낸 LPGA 메이저대회 우승의 박세리 이후, 미국여자프로골프대회는 한국여성파워의 현주소를 알게 하는 바로미터이다.
한국여성의 파워는 건축사계에서도 거세다. 건축 관련의 각종 심사나 심의에도 정부지침에 따른 여성위원 30% 할애 방침에 따라 활동이 활발해지고 그만큼 발언권도 세졌다. 남성이 역차별 당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에 등록된 여성 회원의 숫자는 343명으로 4.3% 밖에 안 되지만 이들이 주축인 한국여성건축가협회는 1983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6차대회 때부터 참석하기 시작하여 10회 만에 세계여성건축가협회의 서울대회 유치에 성공하였다. 3년마다 열리는 세계여성건축가대회의 서울대회는 16회째로 ‘친환경(Green Environment)’을 주제로 4일간에 걸쳐 80여개국 500여회원이 모여 토론하고 한국을 배우게 된다.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한 건축3단체는 이번 건축의 날을 맞아 서울시와 2018 세계건축가연맹(UIA) 유치를 위한 MOU를 체결하기로 한바 이 또한 여성들보다 몇 발 느린 행보가 되었다.
지금 세계의 건축계에도 여성건축가 신드롬에 휩싸여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2004년 수상자이며 서울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설계한 이라크 출신 자하 하디드 때문이다. 이제 한국여성건축계에서도 이렇게 걸출한 건축가가 나와 한국을 빛내주길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