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살깍기 그만…시장 교란 ‘기획설계 무료서비스’ 개선해야

대가없이 기획설계 남발행위 차단 목적

A의뢰인은 B건축사를 만나 ‘가설계’를 요구한다. B건축사는 ‘가설계’ 대신 ‘기획설계’가 올바른 용어임을 설명하고, A의뢰인에게 최초의 ‘설계의뢰’인지 묻는다. A의뢰인으로부터 “그렇다”라는 대답을 들은 B건축사는 상담을 진행하며, A의뢰인과 ‘계약서(기획설계 의뢰서)’를 제시하고, ‘기획설계 등록제’ 취지를 설명, 계약을 체결한다. B건축사는 계약에 따른 ‘기획설계업무’를 진행한다.

오래전부터 건축사업계의 잘못된 관행으로 지적돼 온 ‘무료설계 서비스’, 이른바 무료 ‘기획설계’ 관행을 막기 위한 제도를 서울특별시건축사회(이하 서울시건축사회)가 구축해 시행한다. ‘대가없이 기획설계를 남발하는 행위’를 차단키 위함이다.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7월 3일 설계현장에서 무분별하게 건축주 요구에 의해 이뤄지는 기획설계와 관련해 자율적인 ‘기획설계등록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간 일명 브로커들은 계약을 할 것처럼 유혹을 하며 건축사사무소에 가설계를 요구하고, 건축사사무소 입장에서는 이를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뢰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서울시건축사회는 민간이 발주하는 건축사업의 ‘기획설계업무’가 ‘가설계’라는 미명하에 대가없이 남발돼온 관행을 차단한다며, ‘가설계’를 ‘기획설계’로 바로잡고 민간 건축사업의 초기단계부터 건축사업무의 전문성이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제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윤종수 서울시건축사회 설계업무대가정상화TF 위원장은 “기획설계가 무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시장교란과 함께 근본적으로 설계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며 “기획설계 등록제를 통해 기획설계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 건축사 스스로가 자긍심과 저작권을 철저히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제도 도입취지를 설명했다. 
덧붙여 “기획설계등록제는 궁극적으로 법제화를 목표로 하고, 그 전까지 협회차원의 선도적 시행으로 제도취지 확산과 인식변화를 유도코자 한다”고 말했다.

◆ 제도정착 위해선 회원참여 필수…
   궁극적으로 법제화 목표,
   협회차원 선도적 시행 및 제도취지 확산·인식변화 유도

사실 건축사협회가 나서 기획설계 대가기준을 따로 제시하는 것은 공정거래에 위배된다. 2008년 3월 서울시건축사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계획설계비 청구기준을 제시하는 포스터를 제작해 회원사에 배포하는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문의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법령의 기준이 없는 건축상담을 받도록 사업자 단체가 지도하는 행위는 대표적 담합행위로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다만 공정위는 “상담 및 계획도면 작성 때 비용을 받지 못하도록 강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상담과 업무진행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결정으로 이뤄져다 한다”며, 상담과 기획설계도면 작성 시 비용을 받지 못하도록 강제하지 않으며, 이를 정당한 계약과정의 일부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선 회원참여가 필수라는 의견도 크다. A건축사는 “그동안 업계에 관행화돼 고착된 문제를 풀기 위해선 회원이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하에 참여하는 것이 긴요하다”며 “이전 타 시도건축사회의 기획설계 등록제가 시행됐지만, 정착되지 못한 건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기획설계 등록제’ 이용은 서울특별시건축사회 홈페이지(www.sira.or.kr)에 접속해 기획설계등록 배너를 클릭, 기획설계 내역과 내용을 등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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