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협회, 국토교통부에 ‘건축 관련 각종 심의 개선의견’ 제출
건축물·공간환경 관련 심의중복, 위원회별 의견 상충 등 문제

#1 세종특별자치시의 A건축사는 최근 건축심의에서 법 규정 근거가 아닌 사유로 부결처분 돼 재심의를 준비하고 있다. 심의에서는 법규정 이상을 조건으로 부여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피난방화구조 기준규칙에는 편복도와 중복도가 1.2∼2.4m로 용도별로 구분 적용되고 있지만, 세종시는 편복도 1.8m, 중복도 2.7m 이상을 권장하고 있다. 자전거 주차장은 심의지침 상 법정 주차 계획대수의 20%였지만, 심의개최 시 계획대수의 30%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또 심의단계에서부터 건축허가도면에 준하는 에너지절약계획, 설비·피난·소방계획 등의 제출도서까지 요청해 분통을 터뜨렸다.

#2 경기도 김포시의 B건축사는 김포시 경관위원회에서 안내했다는 ‘경관심의 시 지적받는 주요사항’에 대한 공문내용을 살펴보고 아연실색했다. 가로경관 형성을 위한 건축물 외부를 어느 정도 고려함은 이해한다 쳐도 경관법에 따른 경관심의에서 건축물 내부에 대한 것을 심의해서다. 주요지적사항도 건축심의기준과 중복된 건축물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다. 건축물 내부의 주요지적 사항으로는 2층 이상 복도에 자연환기 및 채광확보, 계단 증축·코어공간 확보, 주·부 출입구 통로폭 3m 이상 확보, 복도폭 등 공간 확보, 동선확보 문제, 층고 2.8m 이상 확보 등이 포함돼 있었다.

건축과정서 건축 관련 심의를 준비·경험해 본 건축주, 건축사들은 보통 ‘부당한 건축관련 심의 갑질’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심의대상에 포함되면 조건이 불합리하더라도 무조건 수용해야 하고, 심의위원 입맛에 맞게 수정되는 걸 지켜봐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 각 위원과 분야 간 의견 불일치로 재심의 하는 통에 심의준비와 결과서 제출로 보통 3∼4개월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이러한 사업지연은 과다한 공사비로 이어져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대한건축사협회는 6월 2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경관심의와 같은 건축 관련 심의제도를 운영하면서 불합리한 사례가 발생된다는 의견에 따라 전국의 관련 사례를 수집해 검토한 후 국토교통부에 ‘건축 관련 각종 심의 개선의견’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건축 관련 부당 심의 사례는 건축물, 공간환경과 관련한 심의가 중복되어 심의기간이 연기되고 위원회별 의견이 서로 달라 해법이 마땅치 않은 경우다. 심의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건축사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토로하는 수준이다.
광주광역시의 C건축사는 “건축 관련 심의가 동일한 건축건에 대해 사실상 분야별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사업기간 연장 등으로 국민에게 금전적·시간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시정이 시급하며, 심의위원의 불합리한 요구·입맛에 맞게 수정되는 것은 온당치 않으므로 심의위원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 조례·규정·기준 근거 없이 심의부결·재심의로 건축주 부담 커져

법령·기준 등에 해당하지 않은 근거로 심의를 부결, 재심의하는 점도 큰 문제다. 예를 들어 현행 대지의 합리적인 사용에 있어 도로축과 건물축을 달리할 수 있는데 실제 심의과정서는 “도로축과 건물축을 맞춰야 한다”고 심의결과 반영을 요구하는 식이다. 조경의무 식재에 대한 해당사항이 없는데도 조경 식재를 요구한다거나, 공작물 설계 중 구조기술사에 대한 해당사항이 없지만 구조기술사의 설계 및 날인을 요구하는 것, 옹벽 또는 석축의 법적 허용높이가 있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3m 이하 설계를 조건으로 부여하는 것, 지자체에서 유지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지붕모양을 무조건 경사로 처리하라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한 예로 은평구청에서 교통영향분석 및 개선대책수립 등 공익·기술적인 명분을 들어 15개월 동안 10차례 건축심의를 반려한 경우도 있다. 겉으로 드러난 심의반려 사유로는 1차 ‘교통영향 분석·개선 대책수립’, 2차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계획과 기자촌 일대 개발계획 재검토’, 3차∼10차 ‘설계 시 토지매각 조건 및 정성적인 지구단위계획 고려하지 않았음’을 내세우고 있다. 수정한 건축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재판진행을 이유로 현재는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은평구청장 지방선거 당시 조망권 확보 등 선거 공약을 위한 정치적 사유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울산광역시의 D건축사는 “심의상정 전 관련부서 협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에 맞게 설계하였지만, 막상 심의에 들어가면 법령에 근거하지 않는 디자인 등의 지적으로 조건부도 아닌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재심의가 남발되고 있다”고 전했다.

◆ 경관위원회서 건축법에 의한 건축물 설계 주요 핵심내용 변경 요구

특히 건축사업계에서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건축법 이외 타 법령에 의한 심의에서 건축물 설계 핵심내용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경관심의 시에 건축법에 준한 건물내부의 공간계획, 복도폭, 장애인화장실, 환기 등 제출 전 심의자료 내용에 대해 심의위원 개인 임의로 변경을 요구하는 식이다. 객관성, 투명성이 결여된 심의인 셈이다. 본지가 심의위원 의견을 듣고자 김포시청에 확인한 결과 “이전부터 심의위원 명단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심의위원 실명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심의 공적 책임강화 차원이다. 또 실태조사결과 조건부 동의 시에는 무리한 디자인 요구로 통산 6, 7번의 디자인수정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포시의 한 건축사는 “경관 담당공무원의 개인적 취향에 따른 디자인, 색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업계에서는 법보다 높은 게 지자체 조례, 그 다음이 내부지침, 제일 상전이 ‘담당자 의견’이라는 말이 있다. 건축관련 공무원과 위원 역량 강화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의 다른 건축사도 “막상 심의에 들어가면 관련 심의 요건 외 다른 보완사항으로 재심의를 요청하는 사례가 잦은데, 예를 들어 교통영향평가를 법적으로 해당되지 않는 건축물에 요구하면서 보완할 것을 주문한다”며 “이렇게 되면 외주비로 약 천만원이 소요돼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체적으로 법규와 관련 없는 사항을 지적하거나 심의와 관계 없는 사항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심의위원회의 역할·범위·한계에 대한 명시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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