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지바르 프로젝트, 김호준 건축사교육원 운영위원장 인터뷰

 

 

 

 

 

 

 

SBS의 비전과 대한건축사협회의 비전이 맞아 떨어져, 100번 째 희망학교 짓기 프로젝트

역대 최대규모. 잔지바르 프로젝트 전 과정 연말 SBS 다큐멘터리 방영 예정

“끊임없이 사회와 소통 통로 만들고 우리의 위상 스스로 강화 필요”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 잔지바르는 전설적인 록그룹인 Queen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는 낯선 땅인 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에 대한건축사협회가 SBS와 굿네이버스, KOICA와 손잡고 희망의 둥지를 만들고 있다. 교육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위해 희망의 학교를 건립하는 것.
빈곤, 기아, 내전 등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아동들에게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지금 이 시간도 굵은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잔지바르프로젝트의 설계를 담당한 김호준 건축사교육원 운영위원장(주.아도스 건축사사무소, 서울특별시건축사회 부회장)에게 잔지바르 프로젝트의 진행사항과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Q 잔지바르프로젝트는 SBS의 희망학교건립 100번째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의 참여는 어떻게 결정됐나?

SBS의 비전과 우리의 비전이 맞아 떨어졌다. 우리나라 대표 방송사인 SBS가 국내외 사회공헌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희망학교 짓기 프로젝트가 그동안 누적돼 이번에 100번째 사업이 됐다. SBS의 그동안 사업진행은 매체를 통한 기금 모금으로 학교건립사업비를 지원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SBS는 앞으로의 사회공헌 사업을 그러한 방식에서 탈피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우리 대한건축사협회는 전문가 집단으로 지역사회에 꾸준히 기부와 도움을 이어왔지만, 우리의 전문지식을 더욱 가치 있게 사회에 공헌해 국민들에게 건축사의 가치를 정확히 알리고 싶어 했다.
그러한 와중에 희망학교 건립 100번째를 기점으로 기금 모금부터 기획, 설계, 시공, 준공, 교육, 유지관리까지 사업의 전 과정을 재능기부로 뜻 깊게 진행하려는 SBS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조충기 회장님과 SBS 사회공헌 담당자의 면담을 통해 사업 전반의 기획과 설계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

Q 대한건축사협회의 잔지바르프로젝트 사회공헌사업 핵심인 설계 재능기부를 맡고 있다.

기부는 단순히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아니라 나눔의 기쁨을 공유하는 것이다. 크게 보면 평면·입면·단면, 전체 기본계획 등을 지원했지만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을 것 같다. 현지 사람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더 크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잔지바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로서도 느끼고 배우는 점이 많다. 사업의 골격과 기획의 전반을 함께 하다보니 우리 건축사들의 업역이 도시의 작은 픽셀인 건축물만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조각들을 기획하는 것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사회공헌 조직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더욱 공신력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될 때, 소비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조정자와 기획자의 역할’, 건축의 과정에서 행하여지던 우리의 역할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Q 현재 잔지바르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

8월 말 현지답사를 실시하고 현지인들의 의견과 우리 측 사업 주체인 SBS, 굿네이버스와 수차례회의로 기본설계가 완료되고, 현지 사정에 맞는 현지 실시설계까지 완료됐다. 현재 현지에서 시공을 맡을 건설회사를 입찰 중이다.
현지 업체 선정이 완료되면 2월 말에서 3월 초 착공식을 갖고 다음 학기 개교를 목표로 진행 중에 있다.

Q 현지답사를 통해 본 현장 상황은 어떠했나

현지답사를 가는데만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도하로, 또 킬리만자로 공항으로, 다시 잔지바르 공항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재미있는 건 현지 공항에도 전기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자주 정전이 돼 연착이 많았다.
그만큼 현지 전기사정이 좋지 않다. 그점 또한 설계에서 고려대상이 됐다. 잔지바르 현지는 행정이 불안정했다. 되려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적극적이고 지역주민들의 주도 하에 협력이 이뤄질 수 있었다. 간단하게 현지 시스템을 이야기하자면, 현지 주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내놓고 그 사이트를 바탕으로 우리가 학교를 지어주면, 교육부에서 관리하는 식이다. 지역주민들의 열의가 대단해서, 서로 유치경쟁을 벌였다. 3개 사이트가 있었는데, 우리는 향후 확장성의 미래가치와 공사비라는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 가장 큰 규모인 1,200평 정도의 대지를 선정했다.
잔지바르는 제주도의 1.5배 규모의 작은 섬이고, 관광지이다. 해서 물가가 탄자니아 본토보다 15% 정도 비쌌다. 처음에 현지답사 전에는 현지의 나무와 돌 등 현지 자원을 이용한 건축을 기대했지만, 답사 결과 현지의 돌은 시멘트, 벽돌보다도 비쌌다. 또 노예수출 전진기지였던 아픈 과거였지만 그로 인한 400여년 동안 형성된 구도심의 전통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열악한 인프라, 행정, 예상치를 웃도는 물가, 현지전통, 주민들의 열의 등 다양한 사정이 혼합되어 있어, 당시엔 ‘어떻게 지어줄 것인가’ ‘얼마를 지원해줄 것 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Q 설계의 주안점은 

현지와의 조화. 지역에 스며드는 건축이었다. 현지 전통 건축양식의 현대적 적응에 역점을 뒀다. 열대기후와 섬지방의 건기·우기 구분으로 통풍 및 환기가 중요한 건축요소였다. 현지 건축사는 처음에 'ㄱ'자 모양의 건축물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 나라 전통공간 기법인 중정스타일이 맞다고 생각했다. 전기사정이 좋지 않아 태양광 전지 시스템을 고려했고, 우기와 건기로 인한 강수량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빗물 재생시설을 추가했다. 또 화장실을 외부로 두는 현지 전통이 있지만, 장애인 등을 고려해 별도의 화장실을 내부에 두고, 외부에 화장실을 설치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에 대한 문제였다. 현지에 세계은행과 중국 기업 등이 기부한 학교들이 많았다. 하나 같이 현지에 어울리는 학교를 지어주더라. 주는 사람 입장에선 최신식 시설을 지어주면 좋지만, ‘유지관리’의 문제가 컸다. 또,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의 차원도 있었다.
‘이질적인 건축물이 아닌 전통양식 기반이 합리적이다’라는 우리들 내부의 결론이 나왔다. 조화 속에서 조금씩 업그레이드 된 배려에 신경을 많이 썼다.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특히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현지의 자재수급과 공사품질의 확보가 걱정이다. 또 국내에 많은 자재회사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 기증 물품들을 현지의 부품들과 조화롭게 적응할 수 있게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가장 어려운 것은 현지에서 사업을 지원해줄 행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원래 예정일정은 작년 12월에 제반사항이 완료돼 1월 착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지 대통령 선거가 부정선거 의혹으로 정치사정이 매우 좋지 않아 예정이 미뤄졌다. 사업 진행 당시 전폭적 지원을 약
속한 교육부 장관도 바뀌었다. 사업 초기에 중등 과정의 규모에서 고등과정까지 포함하여 규모 증대로 설계변경의 어려움도 많았다. 초기에 400평 규모에서 750평으로 2배가량 증가했고, 사업비도 증가했다.

Q 그동안의 사회공헌 사업은 현물지원의 단발성이 주를 이뤘지만 이번 희망학교 건립사업은 미디어교육센터를 건립하여 지속가능한 교육프로그램 포함이 눈에 띈다.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잔지바르 프로젝트가 특별한 점이 여기에 있다. 단순히 학교건립을 넘어 지속가능한 교육프로그램이 결합되는 것이다. 지역미디어센터가 들어가는데, 200평 규모에 라디오 스튜디오와 TV스튜디오로 구성된다. 아프리카가 영화산업이 활성화 되어 있다고 한다. 미디어 산업의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는 또 교육방송국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란다.
뭐가 됐든, 우리의 기부로 인한 확장성, 지속성, 자생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자생력을 키워주기 위해 규모가 커졌다. 역대 최대 규모다. 교육을 통해 그 나라의 인재를 만들어 준다. 잔지바르프로젝트는 이러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사업이고, 향후 사회공헌 사업의 새로운 지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실무적인 부분을 총괄하고 있지만 작지 않은 규모의 프로젝트이다 보니 대한건축사협회 회원들의 도움이 절실할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게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축은 4단체다. 한국국제협력단인 KOICA에서 공사발주 및 건설과정을 지원하고 비정부기구인 굿네이버스에서 사업추진체계와 현지와의 코디네이션을 주관한다. SBS는 본 사업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담당한다. 참여단체를 홍보하고 희망학교 건축과정 촬영 및 방송을 할 예정이다. 연말방영을 목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 하고 있다. 우리 협회에서는 기부캠페인과 설계 등 실무협의를 주도하고 있다.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 협회 활동들이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현재 현지 사정으로 사업규모가 증대되어 재원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기부운동 참여가 사업진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우리 회원들의 단합력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Q 건축사 회원들의 기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동료 건축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끊임없이 사회와 소통 통로를 만들고발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집단의 사회적 책무 이전에 우리 생존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우리 건축시장이 신축보다는 도시재생·관리쪽으로 급선회하고 있지 않나. 그것은 선진국들이 모두 겪는 현상이다. 상황을 타계할 수 없다면 우리 건축사 스스로가 마음을 모아서 우리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국민들의 눈에 건축사가 지금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단순히 비용을 받
는 용역업자 위치였다면, 앞으로는 잔지바르 프로젝트 같은 사회공헌 사업으로 우리가 주도하고 기획하여, 자본을 건전한 방향으로 리드하는 마스터 역할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다시 말해, 건축사들의 역할이 우리 전문성을 가지고 단체·지역·사회를 리드하는 그룹의 위상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수주로도 이어질 것이다. 대가를 가치 있게 받고, 제대로 받아서 주변 사회로부터 우리가 인정받고 신뢰받을 수 있다면, 업무대가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한 출발점으로 잔지바르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싶다. 협회의 사회공헌사업에 더 많은 회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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