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격자 수상 논란•건축인으로서 도덕성 문제 심각

▲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홈페이지 화면으로, 좌측상단은 6월 23일 당시 화면이며, 좌측하단은 6월 29일 당시 화면이다. 또 다른 사진은 에스오에이의 2014년 작품 ‘Rabbit’. 에스오에이의 수상 소개작품 중 하나로, 수상자인 해당 건축사가 설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에 비자격자가 수상자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가 주최하고 (사)새건축사협의회(이하 새건협), (사)한국건축가협회, (사)한국여성건축가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2015 젊은 건축가상’의 수상자가 지난 6월 15일 발표됐다. 수상자로는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의 강예린(42세), 이재원(39세), 이치훈(35세)와 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주)의 이은경(41세), 조진만 아키텍츠의 조진만(40세)씨 5명이 선정됐다.
문광부에 따르면, 올해 공모에는 총 30개 팀이 지원했으며, 1차 서류 심사, 2차 공개 시청각발표(프레젠테이션)를 거쳐 총 3팀(5명)의 최종 수상자가 선정됐다. “준공된 건축물과 공간환경의 완성도, 건축과 사회에 대한 사고, 조직과 작업 방식, 변화 환경에 대한 대응 능력 등 건축가로서의 기본 역량과 잠재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이 문광부의 설명이다.

■ 비자격자가 건축사사무소 대표?
지난 6월 21일 SNS ‘페이스북’에 “비자격자가 2015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는 글이 게재되며, 엘리트들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본지가 수상자 5명에 대해 건축사등록 여부,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 등을 확인해본 결과 5명 중 2명이 비자격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격자인 사람은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A씨와 C씨였다. 확인결과 이들은 국내건축사 자격 관련 취득 및 등록은 없었으며, 외국건축사 자격 역시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에스오에이 홈페이지 상 A씨와 C씨의 프로필에도 국내 및 외국건축사 자격 보유에 대한 소개는 없었고, 문광부 보도자료에는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공동대표’로 소개가 됐다.
건축사법 제23조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에는 “자격등록을 한 건축사가 건축사업을 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에게 건축사사무소의 개설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건축사사무소 개설은 자격등록을 한 건축사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건축사법 제23조 ‘신고기준’에는 “법인이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하려는 경우에는 그 대표자가 건축사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비춰볼 때, 에스오에이의 경우 법인은 아니지만, 건축사법을 준용해 건축사가 아니면 대표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문광부는 자격 확인이 되지 않은 에스오에이 2명에게 시상했다. 이에 대해 문광부는 “팀단위는 건축사 1인이 포함되면 되는 것으로 판단해 시상했다. 내년부터는 이점에 대해 개선토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문광부는 이번 공모전 자격을 ▲대한민국 국민 ▲나이 만45세 이하를 원칙, 심사위원회 판단에 따라 예외인정 ▲국내외 건축사자격을 취득한 자로서 개인 또는 팀으로 공고했다.
애매한 문광부의 참가자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비자격자가 건축사사무소 대표자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 심각하다. 이는 수년간의 실무수련을 거치고 예비시험, 자격시험을 치러 자격을 취득한 많은 젊은 건축사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 홈페이지 소개문의 진실은?
이번 취재를 위해 에스오에이 홈페이지를 수차례 확인하던 중 의혹스러운 부분이 다수 발견됐다. 먼저 6월 23일 확인 시에는 B건축사의 존재는 없었고, 비자격자인 A씨와 C씨의 프로필만 있었다. 이들의 프로필 중에는 ‘Associate Members of K.I.R.A’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는 ‘대한건축사협회(Korean Institute of Registered Architects) 준회원’임을 명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한건축사협회 준회원 기록에 이들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6월 29일 홈페이지에 건축사 자격이 있는 B건축사의 프로필이 추가된 것을 확인됐는데, B건축사의 프로필에는 대한건축사협회 회원을 뜻하는 ‘KIRA'라는 문구가 있었다. 확인결과 대한건축사협회 회원은 아니었고, 건축사등록원에는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본지는 7월 2일 에스오에이 측에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KIRA’ 명칭을 사용하게 된 이유 ▲비자격자 사업자등록증 등재여부 등을 물어봤으나,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으며, 7월 3일 홈페이지 확인결과 ‘KIRA’부분만 삭제되고, ‘대한민국 건축사’로 소개돼 있었다.

■ 수상자와 관계없는 ‘소개작품’
수상자와 설계자가 다른 ‘소개 작품’도 석연치가 않다. 수상자 A씨, B건축사, C씨 중 비자격자 A씨와 C씨는 2010년 에스오에이 공동설립자이며, B건축사는 2014년 9월에 입사,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를 했다. 문광부는 젊은건축가상 수상자의 소개 작품으로 에스오에이의 세 작품을 소개했다. ‘충남도립도서관’은 현상설계 공모일이 2013년 12월로, 당선자는 2014년 3월 29일에 발표됐으며, ‘우포자연도서관’은 더 오래된 2012년 작품으로, B건축사가 사무소에 소속되기 이전의 작품이었다. 또한 ‘Rabbit’의 건축물대장에는 설계자로 B건축사가 아닌 D건축사가, 감리자로 강남지역의 E건축사가 신고 돼 있었다. 이 건축물은 2014년 4월 9일에 건축허가를 받아 12월 18일에 사용승인 되었다. D건축사는 허가받은 직후인 4월 18일 폐업신고를 했고, B건축사가 9월 17일에 같은 사무소명으로 개설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B건축사는 세 작품에 대한 건축물의 설계‧감리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주관단체인 새건협에 문의했으나 “해마다 똑같은 참가자격으로 시상했는데, 왜 올해 유난히 문제시 하느냐”며, “새건협은 별로 할 말이 없으니, 문광부에 전화해서 확인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 “수상자의 도덕성, 문제 있어”
이번 젊은건축가상은 도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건축사가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작품에 대해 수상한 점과 비자격자가 수상을 노리고 건축사를 영입했다는 오해도 있기 때문이다. 건축계 한 관계자는 “젊은 건축가상은 국내 젊은 건축사들에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건축문화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취지이다. 그런데 설계자조차 맞지 않는 이러한 상황은 단지 수상을 위해 편법을 쓴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며, 건축인으로서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의 심사기준 중에는 ‘건축가로서의 잠재력 역량 및 도덕성’이 30점 배점됐다. 주관단체인 새건협과 심사위원회는 이 도덕성에 대한 심사를 면밀히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상자 선정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간다.
한편 새건축사협의회는 국토부 소속의 비영리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관장하는 관련 법령의 취지를 고려하지 못한 주관의 책임도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